디지털TV시장, "분리형"이냐 "일체형"이냐 주도권 다툼

 지난해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디지털TV시장이 세트톱박스 형태의 분리형이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일체형이 주도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TV업계는 그동안 지난해 말 영국과 미국에서 디지털TV방송이 개시되면서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계는 처음부터 일체형 제품을 강조한 반면 일본업체들은 일체형과 분리형을 각각 내놓는 등 서로 다른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일체형을 내놓은 업계의 경우 디지털TV의 구매포인트가 고선명화질이기 때문에 HD급 영상을 수신해 이를 대형화면으로 보여주는 일체형을 소비자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분리형을 출시한 업체들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이미 컬러TV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질이 떨어지더라도 저가에 디지털방송을 즐길 수 있는 세트톱박스를 우선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분리형 업계는 디지털TV의 데이터방송규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체형을 미리 파는 것은 모험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 때문이다.

 아날로그TV는 영상을 받아보는 것이 주용도이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영상을 수신하는 부분과 표시하는 부분을 굳이 분리할 필요가 없었으나 디지털TV는 그렇지가 않다.

 디지털TV는 우선 송출하는 화질이 표준해상도(SD)급과 고선명(HD)급으로 나뉘기 때문에 수신기능과 표시기능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가 있다.

 때문에 HD급 디지털방송을 수신해 이를 표시하는 일체형 제품은 1만달러를 호가하는데 반해 SD급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는 1000달러에 보급이 가능하다.

 특히 이 세트톱박스는 SD급 화질보다 훨씬 떨어지는 기존 아날로그TV와 연결하면 추가부담 없이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가 있다.

 저가를 무기로 한 분리형과 고화질을 무기로한 일체형은 둘다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느쪽이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미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사가 일체형TV를 고집하는 업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 논란에 불을 당겼다.

 이 회사는 그동안 미국에서 일체형 TV는 수천대 판매에 그쳤지만 분리형인 세트톱박스는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까지 합쳐 800만대나 보급됐다며 세트톱박스가 디지털TV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는 특히 TV업계가 일체형을 고집하는 것은 고부가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필요에 의한 것이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체형 업계의 반박도 만만찮다.

 세트톱박스가 저가인데다 데이터방송을 즐길 수 있다고는 하지만 SD급마저도 제공못하는 화질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체형 업계는 고화질 일체형 디지털TV는 초기에 사치스러울 정도의 고가지만 보급이 확산되면서 가격도 점차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디지털TV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기존 컬러TV와 연결해서 쓰는 세트톱박스는 SD급 및 HD급 고화질을 송출하는 디지털방송사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많은 돈을 들여 고화질 방송을 송출하는데도 불구, 소비자들이 화질이 아닌 내용만을 수신하는데 그친다면 디지털방송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디지털방송 자체를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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