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덴서업계, "투자 시기" 의견 갈려

 콘덴서업체들의 경기전망이 엇갈리면서 투자재개 시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콘덴서업체들은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콘덴서업체들은 이같은 투자재개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등 경기전망에 대한 콘덴서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시설투자가 전무하다시피하면서 급격히 위축되었던 콘덴서시장은 최근 물량주문이 늘어나면서 다소 회복세에 접어들자 일부 콘덴서업체들은 이같은 현상을 본격적인 경기회복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투자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필름콘덴서업체인 S전자의 경우 올해초부터 물량주문이 늘어나기 시작, 최근 주문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자 이를 경기호전의 신호로 보고 최근 서둘러 권취기와 검사기를 추가 도입하는 등 시설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물량을 확보해야만 향후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경기회복에 대비, 시설투자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J전자·P전자 등과 일부 중소업체들도 소폭 투자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에 기반,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 내수시장에 판매된 콘덴서 생산장비가 한대도 없었다고 할 만큼 극단적으로 투자를 회피했던 콘덴서업체들이 이처럼 소규모이지만 투자를 재개하고 있는 것은 낙관적인 경기전망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콘덴서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고 시중에 현금이 풀리면서 내수경기도 살아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대비, 타 업체보다 빨리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다른 콘덴서업체들은 아직 경기의 향배가 불투명하고 시설투자를 감행할 만한 징조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설투자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현재 세트업체들이 해외 오더를 얼마나 따오느냐에 따라 부품주문량이 심하게 등락하고 있다며 아직은 투자할 적기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일부 콘덴서업체들의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체적인 시장규모가 확대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타 콘덴서업체의 물량이 이들 업체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며 경기회복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결국 전체적인 시장은 변동이 없고 한 업체가 물량을 많이 가질 경우 타 업체의 물량은 줄어드는 제로섬게임에 불과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보기 어려우며 경기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까지는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콘덴서업계 한 관계자는 『갈림길에 선 현재 시점이 시설투자 재개시기에 대해 경영진이 판단을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현재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향후 콘덴서시장에서 차지할 위치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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