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냐고요? 나 동아백화점 주인이에요.』
여자가 쌀쌀맞으면서도 애교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냉정하면서도 애교스런 목소리라고 했는데, 그것은 상반되어서 같은 이미지로 표출될 수 없을 것 같았으나 그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말끝이 맺고 끊듯이 잘라지면서도 소프라노로 올라가는 간드러진 맛이 있었다.
『아, 미안합니다. 몰라뵈었습니다.』
『날 몰라본다고 미안해할 것은 없어요. 그런데 미스터 최는 지금 몇 살이지요?』
『스물한살입니다.』
실제는 스무살에 불과했지만 너무 젊으니 어쩌니 하는 말이 듣기 싫어 한 살 올려서 대답했다.
『젊어서 좋네. 컴퓨터는 젊은이들이 잘해. 난 컴퓨터를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만 들 뿐 만질 생각을 못해요. 그러나 언젠가는 배워야겠지?』
그녀는 나에게 묻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다짐을 하는 것인지 목소리를 내려깔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거의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문 회장의 별장은 호숫가에 있었다. 건축한 지 그렇게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았으나 고전적인 분위기를 내려고 했는지 오래된 집 같은 느낌을 주었다. 통나무와 벽돌을 적당히 배분해서 올렸고 호수 쪽은 온통 통유리로 되어 있다. 지붕은 나무껍질로 덮여 있었고 이층 한쪽에 하얀색으로 난간을 만든 테라스가 있었다. 파티가 열리는 잔디밭 사이에 키 큰 향나무와 붉은 단풍나무가 있었다. 초대된 손님 가운데 더러 불청객도 있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서 불청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군에 입대한 후 첫 휴가를 받아 나온 배용정 선배였다. 내 연회 때문에 휴가를 낸 것이 아니고 마침 휴가를 받아 왔을 때 연회가 있었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었다.
그는 술이 상당히 취해서 걸을 때 약간 휘청거렸다. 그러나 쓰러지는 일은 없었고 들고 있는 술잔을 쏟지도 않았다. 그는 군복을 입은 그대로 참석했는데 일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그의 모습이 약간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그래, 난 네가 해낼 줄 알았지. 역시 너는 해냈어. 해냈다는 것은 오르가즘에 오르는 것처럼 행복한 거야.』
군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우스웠으나 나도 머지 않아 입대해야 한다. 입대할 생각을 하면 왠지 초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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