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자병용에 대한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외국 관광객을 위하여 도로표지상에 범아시아적 글자인 한자를 병용하자는 데서부터 시작한 한자병용 문제는 한글을 사랑하는 한글관련 단체나 기관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좀더 정확한 지식과 정보 전달을 위해 한자병용의 필수불가결성을 주장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비단 한글학회 등과 같은 언어학계나 교육계에서만 논쟁이 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이나 사회 각계 각층은 물론 네티즌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대립이 첨예하다.
언젠가 유명한 작가가 「한글과 영어 공용화론」을 주장해 한바탕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영어가 이제는 세계 공용언어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모두가 세계화를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남을 길은 영어의 생활화라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들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이 주장대로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잘 전달하기 위해 한자를 써야 하고 또 범세계인으로서 자질을 갖춘 능력 있는 생활인이 되기 위해서는 영어까지도 생활화해 능통해야 한다면 우리 한국인은 이중 삼중의 노력을 감수해야 하는 서러운 처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말로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모든 소리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어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추앙받는 한글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특히나 요즘처럼 PC통신이나 인터넷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우리글·우리말에 대한 애착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먼저 PC통신을 개발하여 우리에게 그 노하우를 전달했지만 최근에는 발전이 우리나라에 비해 뒤지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한자라고 한다. 일본어의 특성상 한자를 섞어 써야만 하는데 한자를 사용해 채팅을 하거나 메일을 보내면서 PC통신을 하기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순 한글만으로도 채팅과 메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니 한글의 우수성을 또 한번 입증하고 있다.
물론 한자를 꼭 써야 그 의미가 통하는 단어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한글로 표현을 달리해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대학생들이나 네티즌이 흔히 쓰는 어휘 중에는 한자나 영어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단어들이 많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란 뜻의 「새내기」가 그 좋은 예다. 이전 같으면 「신입생」 「신병」 「신입사원」 등으로 경우에 따라 달리 써야 할 단어를 이 새내기를 이용하면 어떤 경우나 다 어울린다. 또한 예전엔 「서클」이라고 했던 것을 요즘은 「동아리」라고 사용하고 있다. 「너를 선택했다」는 뜻의 「찜했다」도 짧은 단어로 뜻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지식정보화사회를 향해가는 우리에게 한자병용도, 영어공용도 물론 좋지만 이는 꼭 필요한 분야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더 아름답고 멋진 한글을 개발하고 활성화시켜 컴퓨터 세대인 우리 후세들이 「신지식인」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나 한자는 우리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므로 함께 배우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상생활화까지 해가며 우리의 얼과 혼마저 잃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한다.
<문상환 데이콤 정보통신사업단장>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