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텔과 호환칩 업체간 중앙처리장치(CPU) 가격경쟁이 격화되는 데 비해 D램 가격은 안정을 되찾으면서 일부 하위기종의 CPU와 PC에 장착되는 평균 D램 모듈간 가격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역전 현상은 96년 이후 3년 만의 일로 이제 D램시장이 본격적인 안정기로 접어드는 신호탄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해초만 해도 인텔이 최저 CPU 사양으로 공급했던 펜티엄 1백66㎒ MMX 가격은 21만원이었으나 평균 PC메모리 용량인 45MB의 D램 모듈가격은 15만원으로 CPU가격이 평균 D램 모듈가격보다 5만원 가량 높았다.
특히 지난해 D램 가격이 최저점에 떨어졌던 7월경에는 평균 D램 모듈가격과 최저 사양 CPU와의 가격차는 10만원 이상 벌어졌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 가격이 안정되고 CPU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러한 격차는 좁혀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현재 인텔이 선보이고 있는 가장 하위기종의 CPU인 3백㎒ 셀러론의 경우 63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용산에서 실제 거래되고 있는 이 제품의 가격은 이보다 조금 비싼 10만원 내외.
이에 반해 PC의 평균 메모리 용량인 64MB의 D램 모듈가격은 12만원 정도여서 3백㎒ 셀러론보다 2만원 정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64MD램 단품의 가격도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11달러 내외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격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은 D램 가격이 오른 측면보다는 CPU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지난해 AMD나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호환칩업체들에 1천달러 미만의 저가 PC시장을 상당부분 잠식당하면서 이를 되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CPU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이같은 인텔의 전략에 따라 지난해 평균 CPU가격은 2백10달러로 전년보다 50달러 정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일부 하위기종의 CPU는 1백달러 미만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돼 인텔은 이달초 셀러론의 가격을 최고 24%까지 인하했으며 향후에도 시장점유율이 회복될 때까지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칠 계획이어서 CPU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50달러 미만에도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반면 D램 가격은 메모리업체들의 설비투자 지연과 메모리 수요증가로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어 이같은 가격역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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