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쇄회로기판(PCB) 중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는 빌드업(Build up) 기판 시장에 국내 주요 PCB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 자칫 중복투자에 따른 심각한 과잉설비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첨단 휴대형 정보기기에 주로 채택되고 있는 빌드업 기판은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삼성전기만이 생산했으나 최근 들어 대덕전자·LG전자·코리아써키트·이수전자 등 대형 PCB업체는 물론 동아정밀·동양물산·(주)대방·기주산업·서광전자 등 6, 7개 중견 PCB업체까지 가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상위 10위권에 드는 PCB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추진중인 빌드업 기판의 국내 수요는 당초 업계의 기대와 달리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어 중복투자에 따른 설비과잉으로 업계 전체가 홍역을 앓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빌드업 기판이 적용되고 있는 분야는 휴대폰 이외에는 극히 제한된 기종의 정보기기에 머물러 있다』면서 『빌드업 기판을 생산하는 업체가 난립할 경우 수요부족에 따른 가격인하 등 과당경쟁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국내에서 8백만대 정도의 휴대폰이 보급되는 「휴대폰 열풍」이 불었으나 올해의 경우 보급이 위축되는 한편 환율 불안정으로 인해 휴대폰의 주 수출지역인 브라질·중국 등지로의 수출확대가 불투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국내 빌드업 기판 시장은 정체상태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에다 잠재적인 빌드업 기판 수요 분야로 손꼽혀온 개인휴대단말기(PDA)·노트북PC·캠코더·디지털카메라 등 휴대형 정보기기의 국내 보급 확대가 미진한데다 국내 PCB업체의 노하우 부족으로 이들 기기에 적용되고 있는 빌드업 기판 중 상당수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빌드업 기판 제조기술 확보는 국내 PCB업계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요소 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조기 양산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의 설비투자는 투자 위험성이 크다』고 한 PCB 전문가는 지적하면서 『기술축적 차원에서 파일럿 단위의 빌드업 기판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한편 빌드업 기판 수요가 가장 많은 일본의 경우 일본IBM·일본빅터·이비덴·도시바·일본전기·일본CMK·마쓰시타전자부품·미쓰비시전기·샤프·메이코 등 10여개 업체가 월 2천∼10만㎡의 빌드업 기판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의 경우에도 이 일본 PCB업체들은 2배 정도의 생산설비 확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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