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채널티어링" 실시 앞두고 홈쇼핑 "송출료" 논쟁 재연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과 홈쇼핑 채널간 송출료를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채널티어링의 본격 실시를 계기로 재연되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의 SO들에 이어 서울 지역 21개 SO들이 다음달 1일부터 채널티어링을 본격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동안 잠복해 있던 송출료 논쟁이 또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 지역 SO들은 지난 19일자로 39쇼핑·LG홈쇼핑 등 홈쇼핑 채널에 공문을 보내 송출료를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앞으로 SO측에 지역광고 시간을 배정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강제로 삽입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울 지역 SO들은 이번 공문을 통해 홈쇼핑 채널을 방송하는 조건으로 국민형 채널은 SO당 월 2백만원, 보급형 채널(국민형 채널을 운영하지 않을 경우)은 월 1백만원씩을 송출료 명목으로 받되, 가입비가 월 1만5천원인 기본형 서비스에 대해서는 송출료를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SO와 프로그램공급사(PP)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홈쇼핑 채널의 지역광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매시간 58분부터 2분 동안 SO들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지역광고 방송을 강제로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생각할때 시청자들로부터 비교적 인기가 높고 수신료도 지급할 필요가 없는 홈쇼핑 채널을 국민형 채널(월 4천원이하)이나 보급형 채널(월 5천원이하)에 편성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서울 지역 SO들은 기본 채널을 제외한 채널 패키지에 대해 송출료를 받는 조건으로 홈쇼핑 채널을 내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작년 9월 타결된 98년도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협상과정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SO와 PP는 지난 97년 가입자당 5원씩 하던 홈쇼핑 채널의 수신료 분배몫을 98년분부터 지급하지 않는다는 데 전격 합의했다. 당시 SO들은 홈쇼핑 채널에 대해 언젠가는 송출료를 받겠다는 속셈으로 「홈쇼핑 채널이 수신료를 요구할 경우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버텨 결국은 소기의 목적을 성취했다.

 이같은 상황인식 아래서 홈쇼핑 채널 역시 98년도 프로그램 공급 협상 당시 가입자당 단돈 1원씩이라도 받겠다는 주장을 막판까지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O들이 이처럼 홈쇼핑 채널에 대해 송출료와 지역광고 삽입이라는 전제조건을 내건 것은 채널티어링을 도입할 경우 SO당 평균 가입자가 현재의 1만5천명선에서 많게는 3만명 수준으로 늘어나 홈쇼핑 채널들의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홈쇼핑 채널측에서 지역광고 시간을 알려주는 「Q톤」 신호를 제대로 보내지 않고 있어 SO측이 불리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O측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QVC 등 홈쇼핑 채널이 SO들에 송출료를 주는 것이 관례화돼있다』며 『우리나라의 홈쇼핑 채널 역시 방송을 통해 상업행위를 하기 때문에 그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받는 송출료는 현재 경영난을 겪는 SO들의 제반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며, 이는 다른 PP들의 비용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SO측의 주장에 대해 39쇼핑·LG홈쇼핑 등 홈쇼핑 채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굳이 송출료를 주면서까지 프로그램을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홈쇼핑 채널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 채널끼리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업계 전체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방송개혁위원회에서 PP등록제의 실시 시기를 2000년 말까지 유예한 상황에서 허가받은 채널이 송출료를 지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또 『현재 SO들간에 시청 가구수 등 내적인 변수들이 전혀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SO들의 일방적인 의견을 전체 의견인 것처럼 확대해 송출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채널티어링 도입을 계기로 송출료를 받아야 한다」는 SO측과 「아직 줄 시점이 아니다」며 맞선 홈쇼핑 채널간의 입장 차이가 커 양측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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