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텔이다.」
그동안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사가 굳건히 지켜왔던 DSP시장에 세계 반도체업체 1위인 인텔이 뛰어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DSP 중에서도 프로그래머블 DSP시장은 미국의 TI·루슨트테크놀로지스·모토롤러·아날로그디바이시스 등 4개 회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해온 분야다.
그러나 TI사가 이 분야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해마다 격차가 더욱 벌어져 왔다.
DSP관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포워드콘셉트사의 자료에 따르면 TI사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을 전년보다 5% 정도 늘려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DSP사업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 아날로그 IC분야도 1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다른 DSP업체들의 반격은 당연한 수순. 이들의 반격은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DSP분야 세계 2, 3위 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스와 모토롤러가 손을 맞잡은 데 이어 최근에는 DSP분야 4위업체인 아날로그디바이시스와 세계 반도체 1위업체인 인텔을 끌어들여 공동으로 합작사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에는 IBM이 TI사의 DSP제품과 호환되는 DSP제품을 개발, 시장 참여를 본격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업체들이 DSP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블 DSP시장은 향후 10년동안 연평균 30% 이상의 고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 규모도 지난해 35억달러에서 2002년에는 1백30억달러로, 2007년에는 무려 5백억달러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TI사는 이러한 업체들의 반격에 대해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이다. TI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DSP가 향후 디지털시대의 주연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으며 이에 따라 다른 반도체업체들의 사업강화나 신규참여도 예상된 일』이라며 『그러나 모토롤러와 IBM이 공동으로 개발한 파워PC칩 사업에서도 알수 있듯이 공동 프로젝트형태가 효과를 거둘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프로그래머블 DSP시장은 이를 사용하는 개발자의 능력이 중요하고 이들이 새로운 DSP툴을 사용하는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DSP제품이 시장에 자리잡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TI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인텔이라는 「거인」의 등장은 이러한 TI마저도 긴장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최근 몇년내에 신규로 시장에 참여한 네트워크·그래픽 칩 등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며 『DSP시장의 많은 부분이 HDD·모뎀 등 PC주변기기 관련 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텔의 시장참여는 TI사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해외업체로부터 DSP코어를 라이선스, 이를 이용한 응용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어서 선진업체와 현격한 기술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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