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 회생 "푸른신호등"

 올들어 해태전자의 오디오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7년 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업체인 해태전자의 부도사태와 연이어 터진 IMF환란으로 국내 오디오 수출업체들이 크게 흔들리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해외 주요 거래업체들이 요즘들어 하나둘씩 다시 해태전자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퇴출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던 해태전자가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한 회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OEM 생산업체를 물색해봐도 해태전자만큼 설계·개발·생산·품질관리 등 모든 능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업체를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던 것도 해외 바이어들이 해태전자로 다시 몰려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특히 해태전자의 임직원들이 원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상여금을 반납하고 공장을 가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첨단 신제품을 속속 개발하는 등 부도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난 1년 동안 흔들림 없이 버텨온 점이 많은 바이어들에게 깊은 신뢰감을 안겨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바이어들은 해태전자에 대한 신뢰의 표현으로 지속적인 거래를 약속하면서 원자재를 구입해 제공하거나 수출대금을 앞당겨 제공하는 등 해태전자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같은 해외 바이어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해태전자는 올들어 1월 말 현재 지난해 전체 수출액보다 배 이상 많은 1억8천만 달러 상당의 주문을 이미 확보했다.

 경영 정상화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올렸던 지난 97년보다 크게 늘어난 2억5천만 달러 수출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해태전자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일본 데논사의 경우 경영진이 해태전자를 직접 방문해 3천만 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현재 4천만 달러 규모의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일본 켄우드사도 1천5백만 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마란쓰·산요·하먼카든·소니 등 한때 해태전자를 떠났던 많은 바이어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바이어들의 주문이 폭증함에 따라 해태전자는 납기를 지키기 위해 설 연휴에도 천안공장을 가동키로 했으며 5월부터는 멈춰 있던 2개 라인을 추가해 모두 10개 라인을 가동하고 가을부터는 16개 라인을 풀가동할 계획이다.

 그래도 수출주문이 계속 늘어날 경우 일부 물량을 중국 혜주에 있는 합작공장에 넘겨준다는 방침 아래 최근 허진호 사장이 중국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태전자와 난광전자가 70대30으로 합작 설립한 중국 인난공장도 올들어 수출주문이 늘어나면서 정상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미 2천만 달러 상당의 수출 오더를 확보한 상태다.

 해태전자는 고급형 AV리시버앰프와 미니디스크(MD)내장형 컴포넌트, 하이파이 오디오 등 첨단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은 천안공장에서 생산하고 저가 보급형 제품 및 로열티 문제가 걸려 있는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플레이어 등은 중국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해태전자는 OEM물량이 충분히 확보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세계적인 자체 브랜드인 셔우드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직접 공략할 계획이다.

 이미 셔우드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는 AV리시버 앰프가 세계 유명 오디오 전문지로부터 잇따라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영업력과 마케팅력을 집중시킨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태전자는 셔우드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 지사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작은 규모지만 흑자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셔우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해태전자에 해외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은 국내 오디오 산업의 부활을 의미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는 물론 부품업체들에게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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