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게임 심의 완화 요구

　게임에 대한 심의가 비디오·영화 등 다른 영상물에 비해 엄격해 소재가 제약되고 내용구성도 자유롭지 못해 내수시장 확대 및 해외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비디오나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 게임에 등장할 경우에는 연소자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경우가 흔해 게임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비슷한 류의 폭력물이라고 해도 등급이 다르게 매겨지는 경우가 흔하다』며 심의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와 내용으로 게임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국내 심의기준에 맞춰 게임을 만들면 외국업체들로부터 「너무 밋밋하다」는 반응이 많아 해외시장용은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내수시장은 포기하고 아예 수출용 제품만 개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PC게임 전문업체인 F사는 최근 미래사회에서 인간과 우주괴물간의 전투내용을 담고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비롯해 2종의 게임을 수출용으로만 제작, 외국업체와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고 H사도 내수시장은 아예 포기한 채 앞으로는 수출대상지역의 심의기준에 맞춰 게임을 개발할 방침이다.

　게임유통업체 관계자들도 『외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이 국내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국내 심의기준에 맞춰 수정·보완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 등 기형이 돼버리기 때문』이라며 국내 게임심의기준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공진협 게임심의위원은 『최근에는 게임심의기준이 선정성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폭력성에 대해서는 완화하는 등 외국의 심의제도와 가깝게 대폭 완화되고 있고 심의절차도 1주일 정도로 줄어드는 등 상당히 간소화되고 있다』면서도 『PC게임은 다른 영상매체에 비해 소비자의 노출시간이 상당히 많고 주로 청소년이 이용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심의기준 완화의 한계를 말했다.

　한편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올초 개정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 게임산업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담고 있고 조만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심의문제를 포함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산업발전을 염두에 두고 개정할 것』이라며 『올 상반기 중 신설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활동에 이같은 변화들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