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간 공작기계 외길을 걸어온 국내 공작기계 산업의 산 역사.」
52년 화천기공사를 설립, 40여년간 공작기계와 공장자동화 기기만을 생산해온 화천기계 창업자인 권승관 명예회장(83)을 두고 하는 말이다.
16세에 철공소 주물공으로 입사하고 45년 12월 일본인이 경영하던 철공소를 인수해 각종 기계를 제작하기 시작했으니 60여년을 공작기계 만드는 일에 바친 것이다.
『모든 것을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 때부터 대량생산의 필요성을 절감해 연탄 찍는 기계에서부터 발동기까지 만들었으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우수한 제품을 생산,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공작기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한 것은 바로 이 때였다고 한다.
이러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 58년에 국내 범용 공작기계의 시초격인 평벨트식 선반 제작에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당시 평벨트식 선반 5∼6대를 제작, 대당 10만원∼11만원에 판매한 권 명예회장은 4.19 직후 피대식(皮帶式)을 기어 구동식으로 개량하는 데 성공했다.
또 지난 77년 세계에서 네 번 째로 NC선반을 개발했다. 이는 76년 세계 최대의 NC장치 전문업체인 일본 파낙사의 이나바 회장을 만난후 이뤄진 일이었다.
83년에는 국내 최초로 CNC 밀링기 및 카피 밀링기를 개발했고 85년에는 NC 터닝센터와 CNC선반, 머시닝센터, 산업용 로봇, 자동화시스템 등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말 그대로 국내 공작기계 기술 발전을 선도해온 것이다.
『공작기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소재는 식량(쌀)과 같은 것이며,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은 딸을 곱게 길러 시집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좋은 제품은 모방이 아니라 자체 기술의 축적으로 이루어 집니다.』
권 명예회장은 여느 벤처기업가들처럼 화려한 달변의 소유자이거나 해박한 이론의 소유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두고 강조해 온 말들은 공작기계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이론가들의 논리보다 명확하다.
평생을 일궈온 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과거 화천이 국내 공작기계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다면, 미래의 화천은 세계속의 화천으로 확고히 자리잡아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공작기계 수입선 다변화 제도 해제조치가 당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어려움을 주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구촌이 글로벌화되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해야 하며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성능과 품질 면에서는 세계 어느 제품과 겨뤄서도 자신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그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광주직할시에 상주하며 매일 공장에 들러 현장을 살펴보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영원한 기능공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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