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CD와 멀티미디어PC의 보급확산,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상용화 등 하드웨어분야의 혁신은 이에 상응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요구하게 됐다.
국내에 불어닥친 멀티미디어 열풍은 지난 93년부터 CD롬을 이용한 교육용타이틀 제작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붐을 조성했다.
CD롬타이틀업체는 불과 1년만에 1백여개로 늘어났고, 출시된 CD롬타이틀은 2백종에 육박할 정도였다.
방송·출판·소프트웨어 등 콘텐츠와 연관성을 갖고 있었던 업체들은 앞다퉈 이 시장에 진출했으며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제휴발표가 꼬리를 물었다.
급가열됐던 CD롬타이틀시장의 거품이 채 빠지기도 전에 멀티미디어 콘텐츠 열풍은 94년말을 기점으로 게임분야로 이어졌다.
일본업체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LG전자(당시 금성사)·삼성전자·현대전자·SKC 등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일본·미국업체들과 손을 잡고 게임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또한 외산게임 수입사업을 중심으로 개발·제작사 역할을 병행하면서 PC용 게임시장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게임시장 진출은 게임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았으나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국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94년은 32비트 게임기가 등장하고 「K1탱크」라는 국산게임이 수출되는 등 게임산업에 있어 의미있는 사건들도 많았다.
취약한 인프라 속에서 거품이 많았던 콘텐츠산업은 지난 97년에 닥친 IMF 여파로 중대한 위기에 맞았다. 대기업들은 줄이어 사업을 포기하고 많은 중소업체들이 연쇄부도로 쓰러지는 등 산업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그러나 98년 출범한 신정부는 콘텐츠산업의 고부가성을 인식하면서 제도개선과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약속했다.
또한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업계의 벤처정신은 해외시장 개척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아온 국내 멀티미디어 콘텐츠업계는 문화의 세기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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