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산업의 발전과 함께 부품과 부품생산장비도 동반자적 관계로 걸음을 함께 했다.
전자산업이 현재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전자산업 태동기에 열악한 환경속에서 수동으로 이루어지던 작업들을 자동화시켜 단위생산물량 증가는 물론 품질의 고급화까지 이뤄낸 부품장비업체들의 남모르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6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저항기의 경우 커팅 및 웰딩 등 주요 작업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68년부터 닛토·세이와 등 일본의 자동 커팅기가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자동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국내 장비업체들도 저항기용 자동화장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때 알테크가 커팅기와 도장기 등 각종 자동화장비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제일정밀·이화정공 등도 등장, 자동화장비의 국산화를 이끌었다.
필름콘덴서도 초창기에는 필름을 감는 권취기가 사람의 손으로 돌리는 수동권취기였으나 80년대초부터 본격적으로 자동화작업이 이루어졌다. 80년대 후반부터는 광장엔지니어링 등이 국산 권취기를 생산, 국내 필름콘덴서업체들의 생산성 및 가격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코일용 자동권선기도 보암산업·혜성전자·이화전기·한영전자 등이 80년대에 자체적으로 국산화해 일본산 제품을 대체했으며 90년 이후부터 이들 업체는 모두 사업을 포기하고 석연전자가 홀로 자동권선기 분야에서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이처럼 부품장비들은 국내 전자부품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데 일조했다. 80년대 이후 많은 장비들이 국산화,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여주었지만 아직도 많은 주요 핵심장비들은 가격경쟁력 상실과 기술수준 미달로 인해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부품을 대표하는 PCB의 경우만 해도 웨트장비·노광기·라미네이팅기·스크린인쇄기 등과 같은 비교적 범용장비를 제외하고는 CNC드릴·도금·검사장비 등 고가의 핵심장비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된다.
대표적인 수동부품인 저항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데 착막기·캡소팅기 등을 제외한 커팅기·웰딩기·도장기 등 주요 핵심장비들은 국산제품이 품질 및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주로 대만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처럼 전방산업인 부품산업은 세계적인 생산국으로 발돋움했는데도 관련 장비산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현주소다. 특히 일부 범용 부품장비는 수많은 업체들이 국산화를 추진했다가 도태돼 현재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핵심 부품·컨트롤러·설계기술 등 기반 기술력의 취약과 좁은 내수시장 그리고 부품업체들의 맹목적인 외산장비 선호의식 및 정부의 장비산업 육성정책 부재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국내 부품장비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부품장비산업은 전자산업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는 많은 일반전자부품의 경쟁력 강화의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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