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게임 해외 판로개척 "더딘걸음" 문제는 "정보 부족"

 최근 일부 국산게임이 선진국시장에서 호평받고 대단위 수출계약이 체결되는 등 수출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게임개발사들이 의욕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임수출과 관련, 국내 게임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해외시장 정보에 어둡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3D격투게임을 개발, 업소용 게임개발사로 변신한 패밀리프로덕션의 차승희 실장은 이 제품의 해외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최근 미국을 다녀왔다.

 마케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국내에서는 기본적인 해외정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관공서는 물론 무역 관련 단체에서도 업소용 게임수출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고 또 업소용 게임을 수출한 경험이 있는 업체들은 어렵게 습득한 노하우를 그냥 알려줄 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인식해서인지 만나기도 어려웠다고 말한다.

 지난 97년부터 자체적으로 PC게임을 수출해온 트리거소프트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현재 게임분야에 특화된 데이터베이스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의 개인적인 친분이나 무역업체 등을 통해 판로를 찾아왔다』고 말한다.

 지난해 국내 게임업계가 수출로 돌파구를 모색하면서 수출대행전문업체가 등장한 것은 정보력이 취약한 개발사들에게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수출대행업체들 역시 정보와 노하우를 쌓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충분한 대안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개발사들이 여러 수출대행업체에게 동일한 지역에 대한 수출대행을 2중·3중으로 의뢰하고 수출대행업체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개발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빈발하는 것은 아직까지 개발사들이 수출대행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해외 정보력 부재는 판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것은 물론 수출 타이밍을 놓치거나 제값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수출대행전문업체 사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개발했다는 국산게임들이 기대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기술력 부족보다는 해외 게이머의 요구나 하드웨어의 환경변화 등 현지 시황 분석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

다.

 지난해 유니코전자가 대미 수출에 성공한 모의사격게임 「제로포인트」는 게이머들이 유혈이 낭자한 종류의 게임에 식상해지고 여성들의 게임장 이용이 늘어나는 현지의 추세를 간파한 기획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바다낚시게임 「대물 낚시광」으로 미국의 인터플레이와 수출계약을 맺은 타프시스템은 미국시장에 스포츠게임 열풍이 불고 있는 시황을 포착하고 정보입수와 기획작업에 6개월을 투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개발사들의 영세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추진하는 게임산업 데이터베이스가 해외마케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 선진국시장에서 한국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악조건 속에서 해외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정보력 보강과 함께 외국어와 게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보유한 게임수출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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