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에 사업본부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판매는 물론 해외법인의 경영 등 사업부 관련 전권을 사업본부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사장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사업본부장은 자신이 맡고 있는 사업부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IMF가 터지자마자 삼성전자가 제품별 사업부장들의 권한을 강화한 GPM(Global Product Management)제도를 처음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GPM제도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GPM제도를 완성시켰다.
실제 삼성전자는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GPM장이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판매는 물론 해외사업장까지 관장하는 GPM제도를 확대, 지난해 8개에서 올해 4개를 추가해 총 12개의 GPM으로 사업부를 독립시켰다. 현재 사업을 벌이고 있는 모든 사업부조직을 GPM으로 전환시킨 셈이다.
LG전자도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사업본부장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본부장제도를 구축했다. LG전자 사업본부장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사업과 해외사업장을 사업본부장 관할로 이관시킨 것 외에도 해외판매법인에 있는 영업인력마저도 제품별로 사업본부장 산하에 편입시켰다는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를 거쳐 1년 만에 사장을 정점으로 한 중앙집권식 사업구조에서 사업본부장 중심의 수평적·다원적 구조로 조직을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사업본부장 중심의 사업구조로 개편한 것은 우선 IMF 이후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본사 기능의 대부분을 과감히 사업본부장에게 이양함으로써 작은 본사를 구현할 수 있는 데다 빠른 의사결정으로 급변하는 주변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업본부장 체제가 구축되면서 사업본부장들은 사업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제품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히 떨쳐낼 수밖에 없어 사업본부별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사업본부장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도 이뤄낼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사업본부장제도의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사업본부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잘잘못에 대한 책임이 분명해져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이 사업본부장에게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조직내에 성과 지상주의를 만연시키고 결과에 따른 잦은 인사로 인해 오히려 조직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성과 및 수익극대화라는 작은 것을 취하기 위해 큰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해 있는 셈이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임원 이상에 대한 인사권을 사장이나 그룹에서 갖고 있어 사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업본부장으로서는 핵심인 인사권을 갖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IMF라는 비상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사업본부장제가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IMF를 통해 세계 선진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에도 급속히 확산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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