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에 걸려 있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정부측 주장을 반박하는 핵심 증거자료로 법정에 제출한 비디오테이프가 신빙성을 의심받으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MS측의 비디오테이프는 정부측 주장대로 컴퓨터 운용체계(OS)인 「윈도 98」에서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제거하면 속도가 늦어지고 프로그램간 충돌이 발생하는 등 성능이 저하된다는 점을 컴퓨터로 직접 시현하는 장면을 담은 것으로 지난 1일 법정에 제출됐다.
윈도 98에 익스플로러를 통합함으로써 OS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려 했다는 혐의로 제소된 MS 입장에서는 익스플로러 제거에 따른 윈도의 성능저하를 입증함으로써 정부측의 논리를 약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문제는 비디오테이프를 제출한 다음날인 2일 제임스 알친 MS 수석 부사장에 대한 정부측 변호인의 반대심문에서 시작됐다.
정부측 변호인은 비디오테이프 내용 중 한 부분이 MS측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변조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했으며 이튿날인 3일에는 비디오테이프에 찍힌 컴퓨터 스크린의 아이콘 숫자가 장면에 따라 다르다면서 적어도 2대 이상의 컴퓨터가 동원돼 1대에서 이뤄진 것처럼 합성됐다는 지적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이런 지적이 제기되자 배심원 없이 소송을 진행해온 토머스 잭슨 연방판사는 『비디오 전체의 내용에 대한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MS측은 잭슨 판사의 허락을 얻어 정부측 변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컴퓨터 시현장면을 다시 비디오로 담기로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4일 이뤄진 비디오 촬영 시도에서는 앞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것과 같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정부측 논리를 허물기 위해 제출된 비디오테이프에 오히려 발목이 잡히면서 연 3일째 궁지에 몰려 있는 셈이다.
MS측은 『결함이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제출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는 단순한 실수였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으나 정부측 변호인들은 『MS측이 의도적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조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홍보용 비디오가 아닌 이상 있는 그대로를 담은 정확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MS측의 잘못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MS는 비디오테이프 사건이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원고와 피고의 상반된 주장을 검토해 판결을 내리는 재판에서 신뢰성에 타격을 받게 된 것은 재판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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