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자바"와 "지니"로 MS 위협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바」와 「지니」라는 두가지 소프트웨어기술로 무장하고 세계 정보기술(IT)산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성을 강력히 위협하고 있다.

 MS를 제치고 IT시장을 제패하려는 선의 야망을 실현하는 데 자바는 소프트웨어분야를, 지니는 하드웨어분야를 공략할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MS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반독점 재판이 아니고 자바와 지니가 몰고올 파장이라고 지적한다.

 자바와 지니가 탄생한 배경을 보면 이들 기술이 윈도 운용체계(OS) 중심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 MS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둘은 모두 OS 중심, 다시말해 MS 중심의 컴퓨터산업에 대한 선의 반감과 대안찾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선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OS가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우며 기술적으로도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을 갖고 있었다.

 일례로 최신 OS들은 수천만 라인의 코드를 사용할 정도로 복잡한 구성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많은 결함발생 요인이 잠복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대부분의 OS에서 결함이 자주 발견되고 있으며 그것이 오히려 당연시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OS는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어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상호 연계돼 나가는 추세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처음 개발한 것이 인터넷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였다.

 자바는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애플릿이라 불리는 소용량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머들이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애플릿은 소프트웨어 변환기라 할 수 있는 자바가상머신(JVM)만 갖추고 있다면 어떤 OS에서도 운용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가능케 한 자바의 출현은 따라서 그동안 특정 OS 중심으로 발전해 온 컴퓨터분야에 상당한 파장을 불어 일으키며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니는 바로 이 자바에 기반을 두고 개발된 선의 두번째 야심작이다.

 자바가 소프트웨어용으로 개발된 유니버설 언어라면 지니는 하드웨어용 유니버설 언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니의 기능은 쉽게 말해 게시판 같은 것으로, 컴퓨터와 가전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기기들이 상호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토대(플랫폼)를 제공한다.

 다양한 기기들이 상호 접속에 필요한 정보와 코드가 담긴 자바 애플릿을 지니 소프트웨어를 통해 확인받아 서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TV나 토스터처럼 콘센트에 코드를 꽂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플레이」기능이 컴퓨터분야에서도 활짝 꽃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무선 네트워크에선 플러그 절차도 필요 없이 서로가 자동으로 상대방을 찾아 정보교류를 할 수 있다.

 지니는 또 「분산컴퓨팅」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이를 채택한 기기들은 상호 업무를 분담해 처리할 수 있다.

 일례로 PC를 수퍼컴퓨터에 연결해 그 능력을 일시적으로 빌려쓸 수도 있다.

 따라서 지니기술이 컴퓨터 처리성능을 일시적으로 제공하거나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여유부분을 대여하는 사업을 출현시키는 등 IT분야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올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직 가능성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지니는 단지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니의 성공은 무엇보다 선이 컴퓨터 및 가전업체들을 설득해 이 기술을 채택하도록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선은 이에 따라 지니 소프트웨어를 비상업용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소스코드를 공개해 프로그래머들이 기술을 개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 기술에 대한 홍보활동도 적극 펼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캐논과 에릭슨·도시바 등을 포함해 이미 30여개 업체가 지니를 탑재키로 했으며 필립스와 소니가 주도하는 가전 컨소시엄은 지니를 자신들의 홈비디오 표준과 결합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MS는 이에 대해 「유니버설 플러그&플레이」라는 지니 경쟁기술을 발표하고 「밀레니엄」이란 분산컴퓨팅 연구프로젝트도 추진하면서 선의 공격을 막아내려 애쓰고 있다.

 「유니버설 플러그&플레이」는 OS가 각종 PC 주변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 기술을 다른 디지털 장치로 확대 적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는 MS 전략의 중심축인 PC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컴팩과 델컴퓨터 등 PC업체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선은 그러나 MS의 이같은 반격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MS가 PC 중심을 고집하는 한 명령·제어체계인 OS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자바와 지니에 대한 지지가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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