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에 관한 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방송개혁위원회(위원장 강원용)가 최근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남궁석 정통부 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가 현재 방송개혁위원회에서 한창 논의중인 사안들에 대해 강연회나 공식발표 등 형식을 빌려 나름대로 의견을 내놓자 방송개혁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이나 단체들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남궁석 정통부 장관이 정통부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01년부터 디지털방송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데 이어 강 수석이 지난 27일 방송광고공사 조찬간담회에서 『당초 계획대로 2001년부터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방송개혁위원회 출범 당시 박지원 공보수석이 국민대 특강을 통해 방송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 방송개혁위원회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개혁위원회 참여 인사들은 정부가 방송개혁에 관한 논의를 방개위에 전적으로 위임해 놓고 최근 들어 청와대나 유관부처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불쑥 의견을 내놓으면 방송개혁위원회의 꼴이 우습게 되지 않느냐며 불만이 대단하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개혁위원회가 들러리 서는 게 아니냐」는 방송계 일각의 우려가 있는데 굳이 오해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항변이다.
이처럼 정부측 인사의 발언이 잇따라 불거지자 현재 방송개혁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방송노조가 가장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노조연합체인 방송노조연합은 『이같은 발언들이 결국은 방송개혁위원회가 들러리며 방송개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 아무런 구속력도 없다는 회의감을 의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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