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LG반도체 직원들의 고용보장을 명문화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LG반도체는 LG비상대책위원회와 2000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되 그 전에 정리되는 직원에 대해서는 10개월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LG와 현대전자 통합에 최대 걸림돌이 돼 왔던 고용보장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게 됐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잖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나마도 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용보장이 직원들의 가장 민감한 문제이고 보면 그것의 타결은 앞으로 남아 있는 문제해결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는 LG반도체 경영진의 성실한 대응과 LG비대위의 유연한 자세, 현대전자의 지원과 산업자원부·노동부 등의 적극적인 중재 등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 LG비대위가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 측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직원이 제출한 사표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열흘 가까이 중단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하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생산라인 중단은 심각한 문제로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라인가동 중단으로 막대한 생산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대로 간다면 수출도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LG의 반도체 제품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해 가전을 비롯한 컴퓨터·산전·부품 등 관련업체들의 제품 생산이 중단되고 수출에 차질을 빚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LG와 현대의 통합 지연은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을 비롯,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뻔한 일이다.
더욱이 LG반도체의 내홍이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곤란한 일이다. 이미 일본 히타치가 LG반도체와 메모리 기술제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그같은 우려가 이미 현실화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LG와 현대가 통합하기로 한 후에 보여준 행태에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달 말을 기한으로 했던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양수도 계약체결 약속이 이미 실현되지 못했던 점은 그간의 사정이야 없진 않았지만 기업의 신뢰성에 금이 가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양사의 양수도 계약체결 시한을 다시 이달 10일로 연기한 것도 너무 안일해 보인다. 양수도 계약시한을 넉넉히 잡은 것은 LG가 먼저 집안단속을 할 시간을 갖고 그런 다음 현대와 일을 처리하자는 의도로 비춰진다.
그러나 그것은 반도체 라인가동 중단으로 하루에 1백억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보면 분명 안일한 처사다. 물론 최근 들어 LG의 최고 경영진과 비대위가 휴일도 아랑곳하지 않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철야협상이라도 못벌일 것은 또 무엇인가. 지금 상황은 전시와 같아 전시에 주마가편(走馬加鞭)을 심하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이 한국의 반도체산업 그 자체만 볼 때 최선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LG비대위 측이 위로금 등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그것이 관철되지 않자 빅딜이 원인무효라고 주장하며 사표를 제출하고 생산라인에 복귀하지 않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벌써 1년여를 외환위기 상황에 처해 모든 국민이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마침 올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회복돼 수출이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런 좋은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LG반도체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그들이 처한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LG반도체 생산라인은 돌아가야 한다. 장기적인 라인가동 중단은 당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LG반도체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협상을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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