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환경은 해를 거듭할수록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고속화 추세로 급진전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기업과 금융권, 정부공공기관의 주전산시스템으로 사용되는 서버기술은 컴퓨팅환경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버시스템의 성능향상은 기본적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운용체계(OS)라는 두 축을 통해 주도되고 있다. 그동안 서버업체들은 시스템 공급확대를 위해 자사 서버가 가격대 성능면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뛰어나다고 강조하면서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치 등 성능수치를 내세우면서 비교우위를 강조해왔다. 이러한 서버시스템 성능의 밑바탕에는 하드웨어의 핵심인 CPU와 소프트웨어의 뿌리를 이루는 OS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현재 윈도NT 서버와 유닉스 서버, 메인프레임 등이 치열한 영역다툼을 하는 것도 CPU 성능과 OS 기능이 크게 향상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의 한 단면이다.
윈도NT 서버의 경우 그동안 파일과 프린터 서버용으로 널리 사용돼 왔으나 CPU와 OS의 성능향상으로 이보다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웹서버, 데이터베이스(DB) 서버용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윈도NT 서버는 PC시장을 석권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이른바 윈텔 진영이 서버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어 그 기술발전 추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PU부문을 관장하는 인텔은 32비트 프로세서인 펜티엄프로에 이어 지난해 펜티엄Ⅱ 지온칩을 잇따라 공급하면서 윈도NT 서버의 성능을 유닉스 서버급으로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인텔은 앞으로 1∼2년 안으로 지온칩의 후속 버전으로 클록속도가 5백㎒ 이상으로 작동하는 「태너」와 「캐스케이드(코드명)」 등 고성능·대용량 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 회사는 유닉스 서버 등 중대형시장을 겨냥해 HP 등과 공동으로 8백㎒ 이상의 클록속도를 지닌 차세대 64비트 프로세서 「머세드」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서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머세드는 PC시장의 영향력을 엔터프라이즈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인텔의 구체적인 노력의 산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프로세서는 명령어처리에 슈퍼패럴렐기법의 병렬처리방식을 적용, 프로그램 처리속도를 한층 개선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머세드는 호환성에서도 뛰어나 HP의 「PA-RISC」 칩을 탑재한 유닉스 서버와 인텔 펜티엄계열 프로세서 상에서 수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별도의 변환작업 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텔은 「머세드」 후속으로 최소 1㎓의 클록속도를 지닌 초고속·대용량 메모리를 지원하는 「매킨리(코드명)」칩도 출시할 계획이다.
윈도NT 서버는 인텔 CPU의 기술발전과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지원하는 OS에 의해 성능이 한층 배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32비트 OS인 「윈도NT 4.0」에 이어 올해 64비트 컴퓨팅과 클러스터링기술, 분산객체기술 등 첨단기능을 갖춘 「윈도2000서버」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윈도2000서버」는 기업의 중요한 기간업무를 처리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 유닉스 서버나 메인프레임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윈도NT 서버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유닉스 서버 진영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유닉스 서버 진영은 우선 CPU와 OS의 기술에서 윈도NT 서버에 비해 한발 앞서간다고 보고 완벽한 64비트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디지털을 인수한 컴팩컴퓨터는 최근 기존 알파칩에 비해 2.5배 정도 성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64비트 알파칩인 「EV6(21264)」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에는 대용량 캐시를 내장하고 1㎓ 이상의 클록속도를 지닌 칩(EV7)을 출시할 계획이다. IBM도 명령어축약형컴퓨터(RISC)기반 CPU인 「파워2」의 후속 버전으로 부동소수점 처리기능에서 4백50㎒ 펜티엄Ⅱ보다 2∼3배 정도 빠른 64비트 프로세서 「파워3」를 선보여 자사 유닉스 서버의 성능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집적도가 뛰어난 구리칩을 이용해 클록속도를 1㎓ 이상으로 높이는 이른바 「기가프로세서」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64비트 「울트라스팍」 프로세서의 지속적인 성능개선을 통해 내년에 차세대 프로세서인 「울트라스팍IV」의 클록속도를 1㎓로 끌어올릴 예정이며 HP는 머세드와 함께 자사 고유의 프로세서인 PA-RISC 프로세서를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주요 유닉스 서버업체들이 내년을 기점으로 CPU의 클록속도를 기존 ㎒에서 ㎓ 단위로 전환함에 따라 CPU의 성능은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닉스 서버업체들은 64비트 OS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최근 자사 유닉스 서버 기종에 적용하는 64비트 차세대 OS인 「솔라리스7」을 발표했으며 IBM은 자사 유닉스 서버인 「RS/6000」기종에 적용하는 최신 OS 「AIX 4.3」을 선보여 64비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IBM은 최근 시퀀트·SCO·인텔 등과 연합해 새로운 형태의 64비트 OS인 「몬트레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64비트 프로세서와 OS의 성능향상 경쟁이 이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아키텍처를 둘러싼 유닉스 서버업체들간의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유닉스 서버에 적용돼온 핵심 아키텍처는 대칭형멀티프로세싱(SMP)과 초병렬다중처리(MPP)기법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적 장점을 지닌 비균등메모리접근(NUMA)방식이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SMP와 MPP방식의 장점을 지닌 NUMA기법이 차세대 표준 아키텍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서버업체들이 NUMA대열로 속속 합류하기 시작했다. HP·컴팩컴퓨터·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주요 서버업체들은 NUMA기술을 새롭게 채택하거나 NUMA기종을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서는 등 NUMA 아키텍처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HP는 자사의 하이엔드 서버인 「V2500 클래스」에 NUMA기술을 채택했으며 컴팩컴퓨터도 디지털의 알파칩 기반 NUMA서버 개발 프로젝트를 인수하면서 프로세서를 32개까지 확장한 시스템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그동안 NUMA기술 채택에 소극적이던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캐시최적화메모리아키텍처(COMA)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NUMA 소프트웨어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UMA기술이 이처럼 확장성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적합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시퀀트를 비롯해 데이터제너럴(DG)·실리콘그래픽스(SGI)·후지쯔 등은 이미 자사 서버에 NUMA기법을 채택한 상태다. 서버업계 전문가들은 서버공급업체들이 NUMA기술 지원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이 기술이 SMP의 범용성과 MPP방식의 확장성을 통합해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히타치·암달 등이 공급하는 메인프레임의 경우 대부분의 기종이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프로세서를 탑재하면서 성능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메인프레임기종에 적용되는 CMOS 프로세서는 초당 처리하는 명령어 수치에서 기종별로 다소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메인프레임업체들이 공급하는 CPU당 정보처리능력은 현재 1백25밉스(MIPS, 초당 1백만 명령어 처리) 정도에 이른다. 올해는 이보다 2배 이상 향상된 2백50∼2백80밉스의 성능을 갖춘 제품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 메인프레임시장을 주도하는 IBM의 경우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5세대 메인프레임 「S/390 G5」를 선보이면서 고성능 대용량 메인프레임 경쟁을 한층 가열시키고 있다. 한국IBM은 『「G5」가 단일시스템으로는 업계 최초로 1천밉스의 장벽을 뛰어넘은 고성능 메인프레임 서버』라며 『특히 G5기종 가운데 최상위 모델인 「YX6」의 경우 프로세서 성능이 최대 1천40밉스(시스템 기준)에 달해 메인프레임 성능에 대한 논쟁을 당분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윈도NT 서버를 비롯해 유닉스 서버와 메인프레임 등 중대형 서버들의 이같은 고속화·대용량화 경쟁은 올들어 기종간의 영역다툼이 심화되면서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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