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업계, 드릴 가공능력 부족으로 몸살

 국내 다층인쇄회로기판(MLB) 업계에 드릴 가공능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라인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국내 MLB업계의 드릴 가공능력 부족사태는 연말들어 절정에 달하더니 인쇄회로기판(PCB) 비수기로 접어든 요즘에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ML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부터 연초까지 2개월 정도는 전세계적으로 PCB 수요가 격감되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세트업체로부터 발주받은 주문량을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물량이 폭주하고 있다』면서 『본격 성수기로 접어드는 3월경에는 드릴 가공능력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국내 MLB업체가 드릴 가공능력 부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까닭은 MLB상의 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데다 MLB의 다층화 현상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 MLB 삼총사로 불리고 있는 IVH·볼그리드어레이(BGA)·램모듈기판의 홀수는 기존 MLB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는 것.

 4층 기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지난해 초만 해도 국내 MLB기판의 평균 홀수는 ㎠당 대략 25∼30이었지만 최근 휴대폰·노트북PC·네트워크장비에 장착되는 IVH보드와 임피던스 고다층 MLB의 경우 ㎠당 홀수가 최소 50홀에서 많게는 1백홀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반도체 패키지 보드인 BGA기판의 경우 ㎠당 2백홀을 상회하고 최근들어 수요가 일기 시작한 램버스 D램 모듈기판의 경우 1백홀 내외의 홀을 갖고 있다는 것.

 특히 이들 기판은 대략 최소 4층에서 많게는 10층 이상의 고다층화되는 추세를 보여 가공해야 할 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뚫어야 할 홀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대부분의 국내 MLB업체는 드릴장비 확충에 적극 나서지 못해 국내 드릴 부족사태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BGA기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BGA기판은 경우 외주가공이 불가능해 자체 보유 드릴로만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MLB의 홀 가공은 거의 전부 외주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지난해 말부터 국내 주요 BGA기판업체들은 대량의 MLB홀 가공물량을 드릴 전문업체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드릴 보유능력이 영세한 국내 주요 드릴 전문업체들은 대규모로 쏟아지는 드릴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홀 구경이 급격히 작아지면서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드릴 수도 크게 부족하다는 게 MLB업체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드릴 전문업체의 한 사장은 『그동안 국내 주요 MLB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드릴을 보유하고 홀을 가공하는 방식을 고수, 전문 드릴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이제와서 물량이 넘친다고 무턱대고 가공 물량을 밀어내면 어떻게 드릴 전문업체들이 소화해내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현재 물량이 넘쳐 주요 MLB업체들이 드릴가공을 외주로 처리하고 있지만 물량이 감소하면 즉시 자체 드릴을 이용할 것이 분명한데 누가 드릴을 확충하겠냐』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와 세계 PCB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 대부분의 PCB업체들은 자체 드릴을 보유하지 않고 드릴 전문업체에 외주가공을 위탁하는 분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국내 MLB업체들도 드릴 전문업체의 육성을 통한 국내 PCB산업 경쟁력 제고전략을 적극 검토해볼 시기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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