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뮤직그룹 한국지사 어떻게 되나

 지난 1898년 독일의 전자·전기그룹 지멘스가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 게젤샤프트를 만들고 출범시켰던 「폴리그램」이 1백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세계적인 주류·엔터테인먼트그룹인 씨그램이 폴리그램을 인수해 기존 계열사인 유니버설뮤직에 흡수합병, 「유니버설뮤직그룹」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배꼽이 배를 삼킨 형국이다. 폴리그램은 세계 3대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도이치 그라모폰·필립스를 비롯해 A&M·데프 잼·아일랜드·런던·머큐리·모타운·버브 등 굴지의 팝·재즈 레이블을 보유한 세계 최대 음반사였다. 97년 말을 기준으로 자산가치만도 10억6천만달러, 연간 수익이 55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반해 유니버설뮤직은 팝 레이블인 MCA를 주력으로 삼고 막 움터나던 음반사였다.

 한국에서도 폴리그램은 연간 2백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유지하면서 현지 음반직배사 중에서 선두자리를 지켜온 반면, 유니버설뮤직은 한국지사 설립 5년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두 회사가 합병됨에 따라 한국지역 인력·사업방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최근 씨그램은 음악부문 해외지사장을 발표했는데 한국에서는 뜻밖에도 폴리그램 한국지사 대표였던 이홍배 사장(42)이 선택됐다. 이같은 결과는 그간의 하마평을 뒤집는 결과였다. 폴리그램과 유니버설뮤직 사이의 통합작업을 유니버설측이 주도한 점에 비춰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김영인 사장이 유력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홍배 사장은 지난 83년부터 폴리그램과 라이선스 계약관계를 유지하다가 90년 4월 합작관계를 맺으면서 폴리그램 한국진출의 징검다리가 됐던 성음 이성희 회장의 차남. 이 사장은 그동안 폴리그램의 세계적인 브랜드 명성과 마케팅력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되게 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사장과 더불어 본사가 직접 임명하는 컨트롤러(재무·회계담당 이사)에 대한 인사도 관심거리. 일단 이홍배 사장과 함께 폴리그램에서 일해온 윤병준 이사(43)가 가장 유력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사장이 그간 호흡을 맞춰온 윤 이사를 추천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니버설뮤직코리아의 김영인 사장과 추민식 이사(컨트롤러)의 향배가 주목된다. 총 70여명에 이르는 기존 두 회사의 인력들도 어떻게 통합조정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유니버설뮤직그룹의 마케팅 방향과 조직에 대한 정비는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오는 2월 중순께에나 확정될 예정. 따라서 일단 컨트롤러에 대한 인사가 확정돼야만 유니버설뮤직그룹 한국지사의 앞날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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