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부품품질관리> 품질인증 발자취

 정부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전자제품 및 부품의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던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까지 국내 전자제품·전자부품업계에는 분임조 활동이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생산라인별 혹은 특정 공정 작업반별로 조직된 분임조는 생산활동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량요인을 점검·분석해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 국내 전자제품·전자부품업계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모든 전자제품·전자부품업체의 한결같은 고민 중 하나인 불량률을 감소시키는 데 있어 분임조 활동은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당시에는 품질관리(QC)가 분임조 활동처럼 인식됐고 국내 거의 모든 업체들은 분임조 결성을 독려했다.

 국내 주요 전자제품·전자부품업체들은 내부적인 품질관리 정책의 일환으로 분임조 활동을 장려하면서 외부적으로 자사 제품의 품질력을 과시하기 위해 각종 국내외 품질관련 규격을 획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는 마케팅 측면에서 별로 도움이 안되는 KS규격·Q마크 등 국내 규격은 물론 UL·JIS 등 해외 유명 규격을 획득하는 데 기업들이 매진했고 이들 해외 규격을 획득하면 마치 제품 품질에 관한 한 더 이상 말할 게 없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해외 유명 규격 획득 여부는 제품품질 관리의 알파에서 오메가였다.

 이같은 와중에 우루과이라운드를 비롯한 각종 국제적인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선진국들은 후발개도국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무역규제 장벽을 철폐토록 압력을 가해왔다.

 선진국들은 한쪽에서는 무역장벽 철폐를 주도하면서 또 다른쪽에서는 범세계적인 품질규격을 제정, 이를 획득하지 못한 기업들의 제품은 자국 내에 반입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새로운 세계무역질서 WTO체제가 출범하면서 선진국 바이어들은 그동안 요구해온 각종 해외규격 이외에 새로운 품질시스템 인증체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ISO9000(품질경영체제)」 인증 및 「ISO14000(환경경영체제)」 「QS9000」을 수출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추세를 보였다.

 새로운 국제 품질인증체제로 자리가 굳어지고 있는 ISO9000은 이제 전자제품·전자부품업체의 수출 전제조건일 정도로 무게를 얻고 있으며 앞으로는 ISO14000도 반드시 획득해야 할 품질인증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ISO14000은 더 이상 획득을 미룰 수 없는 국제환경 품질인증이 되고 있다.

 ISO인증과 더불어 국내 전자제품·부품업체들이 신경을 쓰고 있는 국제적인 품질인증제도는 QS9000. 미국 자동차 빅3사가 제정한 이 품질인증시스템은 자동차의 전자화에 힘입어 전자부품의 자동차 실장률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전자부품업체에 무시할 수 없는 국제 품질인증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ISO9000과 ISO14000이 국제적인 품질인증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품질인증체제인 「ISO18000」이 부각되고 있다.

 직장보건과 안전경영 인증시스템으로 불리는 ISO18000은 현재 국제표준화기구(ISO)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2∼3년 내에 새로운 국제적인 품질인증시스템으로 발효될 전망이다.

 기존 인증시스템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총체적인 관리시스템 및 환경문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이 인증시스템은 소음·진동·유해물질 등 직장 내 작업자의 안전과 보건에 직결된 사항을 국제기준으로 규제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다시말해 이제는 제품의 질이 우수하고 그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인류 공동의 문제인 환경, 나아가 그 작업장 내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로 품질의 관심사가 확대되고 있다 할 수 있다.

 오는 2000년께면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ISO18000이 가동되면 제품 품질문제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Human Quality」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 용어해설

 ISO: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는 지난 47년 상품 및 용역의 국제적 교환을 촉진하고 지적·학문적·기술적·경제적 활동분야의 협력을 증진하며 세계 표준화 및 관련활동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탄생했다. ISO 회원기관은 각국의 대표적인 하나의 표준기관에 회원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공업진흥청(현재 국립기술품질원)이 지난 63년 ISO에 회원기관으로 가입했다. ISO는 총회·이사회·기술관리부·중앙사무국·1백82개의 기술위원회(TC)·6백30개의 분과위원회(SC)·1천9백18개의 작업반(워킹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ISO9000 시리즈는 기술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TC176에서 제정됐으며 ISO14000은 TC207에서 제정작업을 벌였다.

 ISO9000: ISO9000 시리즈는 품질경영 인증제도다. ISO9000은 어느 부분까지 품질인증을 획득하느냐에 따라 ISO9001, 9002, 9003으로 나뉜다. ISO9001이 설계·개발·생산·설치 및 서비스에 이르는 품질보증이라면 ISO9002는 생산·설치 및 서비스만, ISO9003은 최종검사 및 시험에서의 품질보증이다.

 ISO14000 시리즈는 환경경영 인증제도다. 각국이 서로 다른 환경 관리기법과 관리체계의 표준화를 도모, 지구환경 보전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됐다. 주요 규격 내용은 조직체의 체계적 환경경영 관리활동과 이를 제3자가 심사하는 방법, 제품의 환경적합성에 관한 것이다.

 QS9000: QS9000은 미국의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업체가 ISO9000의 규격 및 필요사항을 추가해 규격화한 품질시스템으로 자동차 안전·신뢰성 확보 등을 위해 자동차부품 납품업체에 요구하는 인증이다. 또 대부분의 트럭 생산업체도 QS9000 품질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자동차 관련업체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거나 수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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