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 첨단 기술의 "두얼굴"

 만약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1백%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황은 더 이상 소설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곁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시넷(http://www.cnet.com)은 최근 기술적 테러(Technology Terrors)라는 제목으로 인류가 그동안 개발한 저주받을 만한 「신기술 10선」을 소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리듐을 비롯해 백 오러피스, AR 8200, 올림퍼스 D1000, 소니 나이트샷 핸디캠 등이 모두 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선의의 목적으로 개발된 이들 기술의 공통점은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소니가 야간촬영을 위해 적외선 필터를 장착시킨 나이트샷 캠코더의 경우 여자가 입고 다니는 속옷의 무늬까지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등 그 성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생활 보호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르면 전율마저 느껴진다.

 이러한 기술은 모두 선의의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집에서 회사 일을 하는 사람은 LAN·WAN 등으로 연결된 회사 컴퓨터에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컴퓨터로 접속하는 순간 자신의 컴퓨터는 무방비 상태로 빠지며 불의의 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 또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렇다고 첨단 정보통신이 주는 혜택을 포기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의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 옛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까」라는 속담까지 준비해 두었다.

 칼이 사람의 손에 쥐어졌을 때 그 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양심에 달려 있다. 이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 않게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 교육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서기선 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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