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게임방들이 조심스럽게 새로운 방향으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게임방은 이미 전국적으로 2천여개가 개설돼 올 상반기쯤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대학교 주변 등 게임방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이미 작년 같은 폭발적인 열기는 많이 수그러들었고 수익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 근처 고시촌이 몰려있는 신림9동 지역의 경우 골목마다 30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으며 신촌지역,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있는 대전 유성구 궁동지역 등 대학가 주변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다.
이같은 경쟁적인 게임방의 등장으로 수익성이 상당히 떨어져 초기에는 시간당 2천원씩 받는 곳도 있었으나, 최근에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1천2백∼1천5백원선으로 많이 내려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방들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정보센터로 성장하는 것과 다양한 기능을 갖춘 편의점 형태의 종합적인 PC방으로 발전하는 것이 그 방향이다.
지역정보센터로의 성장은 게임방을 통해 새롭게 컴퓨터를 배운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 컴퓨터 조작법을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간단한 게임기능만 알면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중고생이나 20대 이상의 컴맹들도 게임방을 통해 쉽게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점차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 초보자들이 무료 컴퓨터 강좌를 요청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개인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게임방 체인점인 인터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일 사장은 『영업이 잘 안되는 오전시간 등을 이용해 주변 중고등학교와 연계, 특활시간에 게임방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의 지역적인 노드로 게임방이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인터넷 전용회선 사업을 하고 있는 ISP사업자들 역시 체인점망을 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 게임방의 이러한 사업 방향성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두루넷은 컴마을의 인터넷 편의점 체인망인 「I스테이션」과 제휴관계를 맺어 자사의 케이블망을 공급하고 있으며, 데이콤 보라넷도 자사의 전용회선을 이용하고 있는 게임방에 포스터와 간판·보라넷 스티커 등을 지원, 앞으로 지역정보센터로 활용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게임방들의 또다른 사업방향은 종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발전하는 것.
이러한 시도는 이미 여러 게임방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동 사무실. 신림동에 위치한 게임방 「메카」의 경우 2층 영업장은 게임방으로, 3층은 정보검색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게임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 사장은 『처음에는 두개층 모두 스피커를 갖춘 게임방으로 운영했지만, 법률정보 검색이나 인터넷 신문 열람 등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요구가 많아 아예 한층 전부를 정보검색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게임방이 자연스럽게 이동 사무실로 변화된 것이다. 이곳 외에도 두루넷이 운영하는 슬기방도 20% 이상이 정보검색을 위해 찾아와 최근 2평 규모로 소호족을 위한 공간을 따로 개설하는 등 교통요지 등에 위치한 게임방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이러한 공간을 개설한 곳에서는 팩스나 전화 등 간단한 사무용 기기들을 갖추기도 해 과거 실패한 인터넷 카페 형태의 공간을 게임방이 대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일부 게임방에서는 컴퓨터 제품을 판매하거나 비디오 및 음반 대여 등 복합적인 편의방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때 청소년들의 탈선공간으로 지적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의 공격을 받았던 게임방이 이처럼 국내에만 독특한 정보통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에 관련업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쏠리고 있다.
<구정회 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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