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재앙 "예고편" 시작됐다

 지난 1월 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알란다 국제공항. 임시여권을 발급해 주는 경찰 컴퓨터가 갑자기 오작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여권발급 업무가 중단되고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스웨덴의 고텐베르크, 말뫼 국제공항 등에서도 이날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해 기술자들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고 원인은 컴퓨터가 99년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유효기간이 한달인 임시여권의 발급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조사 결과 일부 프로그램이 「99」를 「작동중지」 또는 「파일 끝」이라는 의미의 코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날 스톡홀름에서 「택시 스톡홀름」이란 택시회사의 택시미터기에 내장된 컴퓨터칩이 연도인식 오류를 일으키면서 새해초 인상된 요금을 계산하지 못해 일부 승객들이 인상 전 요금만 내고 택시를 이용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런 택시미터기 오작동은 싱가포르에서도 발생했다. 또한 노르웨이에서는 국영 석유회사인 「슈타트오일」의 스웨덴내 주유소들에 설치된 주유기들이 99년도를 인식 못해 작동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1일 식품의약청(FDA)이 89년부터 92년까지 4년 동안 세계 각국으로 3천9백대 가량 판매된 휴렛패커드사의 「디파이브릴레이터(심실근육 미세경련 제거기)」 등 2종의 의료장비가 올해초부터 연도인식 오류에 따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1999년이 시작되는 새해 첫날부터 Y2k문제에 앞서 「99버그」 소동이 잇따라 발생해 전세계를 긴장시켰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일 국내 대형병원인 S병원에서는 1899년에 출생한 환자의 주민등록번호인 「991226―×××××××」를 입력하자 컴퓨터에서 당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40여명의 기록이 모두 지워지고 화면이 하얗게 변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다행히 연락을 받고 달려온 전산실 직원이 컴퓨터를 재부팅한 뒤 출생연도를 1901년으로 바꿔 가공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자 모든 프로그램이 정상 가동됐다. 당시 병원 관계자들은 「99버그」로 병원 전산망이 다운될 경우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것을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Y2k전문가들은 이미 Y2k문제가 시작됐으며 올 한해 동안 Y2k문제의 변종이라 할 수 있는 「99버그」로 중대한 고비를 몇차례 겪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9버그」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00년 00월 00일로 표시되는 날짜 부분에 99가 입력되면 이를 「오류명령」이나 「데이터 입력종료」 등 날짜인식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인식하도록 프로그램을 짰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80년대 이전의 프로그래머들은 99년이 요원한데다 프로그램을 보다 간편하게 짜기 위해 99 입력을 작업종료 등의 용도로 인식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 사용자가 9월 9일을 0909로 입력하지 않고 0을 생략한 채 99로 입력할 경우 컴퓨터가 이를 오류명령으로 인식해 작동을 멈추거나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0909로 입력하더라도 컴퓨터가 0을 무효화해 99로 처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99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날은 약 5번. 4월 1일은 일부 국가나 기업체들의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때문에 99나 00을 날짜데이터로 입력할 수 있으며, 4월 9일은 99년의 99번째 날이어서 99를 작업종료로 설정해 놓은 프로그램이 엉뚱한 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또 7월 1일은 미국의 46개 주와 일부 국가에서 2000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이들 국가와 무역거래나 전산망을 연계하는 국가나 기업들은 주의해야 한다. 8월 22일은 전세계 항공·해운을 통제하는 위치측정시스템(GPS)의 일부를 구성하는 인공위성 내부시계가 80년 발사 당시 시작했던 위치로 되돌아오는 날이어서 인공위성 내부시계에서 1천23주를 가리키던 계기판이 갑자기 0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GPS를 이용하는 항공기·선박들의 운항시스템이 교란될 위험이 있다.

 가장 위험한 날은 올해 9월 9일. 99년 9월 9일을 구성하는 9999 숫자가 일부 컴퓨터에서 「파일종료」 명령어로 해석될 수 있어 전세계적으로 「99버그」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Y2k전문가들은 「99버그」는 대부분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프로그래머들의 오류로 인한 것이어서 정상적인 프로그램들은 「99버그」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2000년 연도인식 오류인 Y2k와 「99버그」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즉, Y2k는 새로운 1천년대에 진입함에 따라 컴퓨터 및 각종 산업설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연도관련 오류 및 오작동 현상을 의미하지만 「99버그」는 개발자가 프로그램 입력시 오류를 범해 특정한 날짜에만 비정상적인 처리를 유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 오작동이 부분적·국지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를 발생시키는 것은 Y2k만이 아니라 특정날짜 오류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는 Y2k문제 외에도 특정날짜 오류의 발생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여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정보통신부도 「99버그」가 Y2k문제와 다른 문제라고 보고 Y2k 대책과 별도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정통부는 「99버그」가 코볼언어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로 발생하며 어셈블리어 등 특수언어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99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응용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지기 전에 사용되던 「ISAM」 「VSAM」 등이며 비전산분야에서 사용되는 임베디드시스템에서는 「99버그」로 인한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수립중이다.

 Y2k전문가들은 『99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Y2k문제는 시작됐으며 올해에는 Y2k문제뿐만 아니라 「99버그」에 대한 예방조치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기업체들도 자사의 전산시스템에 99버그가 존재하는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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