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98 영상음반 모니터 보고서"

 우리 대중가요의 가사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산하 밝은문화 모임은 작년에 선보였던 대중가요를 모니터한 결과, △죽음 혹은 자살에 관한 노랫말 △선정적인 노랫말 △잘못된 가치관에 관한 노랫말 등 「청소년 유해요소」가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윤실은 「98 영상음반 모니터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죽음에 관한 노랫말이 97년에 이어 대단한 기세를 떨쳤다고 분석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이 계속돼 『눈을 떠봐… 제발 나를 떠나가지마』(김경호의 「마지막 기도」)라는 식의 가사가 아름다운 멜로디로 포장돼 평범한 노래로 둔갑, 사랑과 죽음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 뇌는 이제 숨쉬지 않아…새파랗게 멍이 진 유혹적인 내 손목』(자우림의 「vIOLenT VioLEt」) 『나의 묘비 위에 너의 체온이 느껴지고 있어…니가 올 수 없는 곳에 이미 난 와있어』(김경호의 「슬픈 영혼의 아리아」) 등의 가요는 자살을 미화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선정성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깊어지려면 더 사랑하려면 감출 필요가 없어』(업타운의 「모두 다 내게 줘」) 『오늘밤 너를 그냥 둔다면 말도 안돼』(자우림의 밀납천사) 성관계를 크림이 든 과자에 비유한 조관우의 「삐리의 계획」 등 멋있는 이성이 나타나면 어떻게든 유혹해 잠자리를 같이 해야만 한다는 식의 가사들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모두 사회 또는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식으로 사회전체를 매도하는 그릇된 가치관의 노랫말들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 누구도 모른 채 너의 몸만 망가져가네』(이현우의 「웰컴 투 어 원더랜드」) 『덧없는 절망에 지친 어린 영혼을 우리는 심판하지…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며」(NRG의 「나쁜 아이들」) 등이 그 예다.

 이들 노랫말은 자신이 남에게 준 피해를 생각하기 이전에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해 가차없이 처벌하거나 세상에 대한 조소가 지나치다 못해 힘(권력)에 대한 편견까지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기윤실측은 『사랑 때문에 슬프기는 한데 꼭 애인이 죽어서 슬프고, 사랑은 잠자리를 통해 확인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며, 사랑이건 도덕이건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기적인 사고를 조장하는 가요들이 문제』라며 소비자(어른)들의 비판과 관심을 촉구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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