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해 부품산업 전망 품목별 집중 진단 (1)

 새해 부품산업이 심상찮다. 빅딜에 직접 연루된 기업과 거래 관계를 가진 부품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처하게 됐다. 지난 연말부터 전자산업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것 같지만 중소 부품업체들에는 남의 집 얘기로만 들린다. 올해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수출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특히 내수 부진을 수출로 돌파하려 했던 부품업체들은 최근 환율 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지난해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긴 중소 부품업체들이 새해에 걸어가야 할 길은 가시밭길만 같다.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경기는 한줄기 빛이다. 올 한해 전자부품 산업 경기 동향을 품목별로 진단해 본다.

<편집자>

브라운관

 「맑은 가운데 한때 흐림.」

 일단 지난해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넘나들었던 브라운관시장은 새해 들면서 국내외 경영 여건의 호전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브라운관업체들이 신규라인 투자를 중단하거나 지연한 데다 자율적인 감산으로 브라운관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의 수급상황을 살펴보면 99년 브라운관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설비능력은 1억1천만∼1억2천만개지만 실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85%선인 9천3백50만∼1억2백만개선이다.

 이에 반해 모니터의 올해 수요는 98년 7천5백만∼8천4백만대 규모(추정)보다 1천만대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힘입어 CDT 수요도 9천만∼9천5백만개선을 형성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CDT 공급과잉은 크게 해소되면서 인치별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모니터의 인치별 동향을 보면 15인치와 17인치 비중이 70%선에 달하면서 14인치 비중이 20%대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브라운관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14인치의 경우 브라운관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있어 공급안정과 함께 오히려 3·4분기 들어선 일부 공급부족 현상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17인치 등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컬러TV용 브라운관(CPT) 수급동향을 살펴보면 디지털 TV의 가속화와 함께 TV시장의 정체 등으로 연중 공급과잉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CPT 수요는 1억4천만∼1억5천만개인데 반해 공급은 1억6천만∼1억7천만개에 이르러 10%선의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 소형의 경우 일부 품귀현상을 빚지만 대부분 공급과잉을 보여 대형 기종에서는 가격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줄어들면서 브라운관 가격도 일시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가 이하로 떨어진 소형에서는 가격이 상승하고 여전히 가격탄력성을 갖고 있는 대형에서는 가격하락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지난해와 같은 폭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리벌브업체들의 정기보수공사로 의외의 사태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 브라운관 유리벌브업체들이 총 9개의 전면유리 용해로 정기보수공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연 1천3백만개 가량의 공급과잉을 보이고 있는 세계 유리벌브시장에서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리벌브 전면유리 정기보수공사는 평균 용해로당 2∼3개월의 공사기간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에 올 한해 1천만∼1천2백만개의 브라운관 유리의 생산감소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TV와 모니터용 브라운관의 대형화 추세와 평면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도 유리벌브 공급부족 현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유리벌브의 수급균형이 무너질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브라운관업체들의 생산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브라운관업체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브라운관시장이 호전될 것으로 보면서도 지난해부터 추진한 원가절감대책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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