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햇볕정책과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으로 촉발된 남북한 화해 무드의 조성으로 새해에는 방송분야에서도 남북한 교류가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TV·라디오 등 매체별로 단계적인 남북한 방송교류방안을 마련, 빠른 시일내에 시행에 들어갈 계획임을 공약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는 최근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에 의뢰해 통일방송의 이념과 정책적인 제언들을 담은 「통일대비 방송체제 구축」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통일방송체제에 대비한 국내 방송사들의 대응방안과 프로그램 제작원칙 등을 제시하고 있어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이 보고서는 통일방송의 기본 이념으로 탈이데올로기·민족주의·실용주의·다원주의·공익성·민주주의·보편주의·국제화 등을 꼽고 있으며 남·북한 사이의 갈등·부조화·부적응·일탈·가치관의 배치 등 부정적 요소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사회통합적 기능과 역할을 통일방송의 기본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이 보고서는 통일방식을 점진적·단계적 통일방식과 급작 통일방식 등 2가지로 나누고 방식별로 각각 4가지와 5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각 시나리오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점진적·단계적 통일 방식
△시나리오(1):KBS에 방송 독점권을 주어 북한측 대표인 조선중앙방송과 방송교류를 추진하는 방안이다. 이때 MBC·SBS는 방송교류에서 제외되고 모든 방송교류는 KBS가 배타적으로 관장한다. 통일이 되면 KBS가 조선중앙방송을 흡수해 통일방송사를 공사체제로 유지한다. 이 방안은 KBS가 통일방송의 전담 방송사로 선정돼 방송정책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MBC·SBS의 반발이 예상된다.
△시나리오(2):원칙적으로 시나리오(1)과 같지만 KBS의 주관 아래 MBC·SBS를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방송교류를 촉진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남한의 경우 MBC·SBS는 통일관련 프로그램의 제작 편성에 참여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방송 교류는 할 수 없다.
△시나리오(3):KBS·MBC·SBS 3사가 자본과 인력을 공동으로 투자해 컨소시엄 형태의 「(가칭)통일방송사」를 설립,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방송교류를 촉진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KBS를 통일방송의 전담사나 주관 방송사로 선정함에 따른 시비를 막을 수 있으며 통일방송에 들어가는 재원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주인 없는 방송」이라는 한계를 노출, 효율성과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시나리오(4):KBS·MBC·SBS가 컨소시엄을 구성, 통일방송사를 설립한다는 점에서 시나리오(3)과 같지만 방송 3사가 시간대별로 프로그램을 배타적으로 편성해 운영하는 방안이다. 통일 이후 방송 3사가 시간대별로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하기 때문에 방송사들의 독립성은 확보되지만 방송사의 일관성이 결여돼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급작 통일 방식
△시나리오(5):KBS가 북한 방송을 흡수해 통일방송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다. KBS는 지금처럼 남한 주민을 대상으로 방송하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부서를 신설해 통일방송 업무를 관장하도록 한다. 조선중앙방송에 북한측 송출센터를 임시 설립해 기존의 PAL방식으로 방송을 계속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시나리오(6):시나리오(5)와 같지만 KBS의 주도 아래 MBC·SBS는 프로그램 제작 및 공급에만 참여하는 방안이다.
△시나리오(7):방송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통일방송사를 설립해 북한 방송의 인수 업무를 비롯 프로그램 내용·편성 등 업무를 담당한다.
△시나리오(8):방송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시나리오(7)과 같지만 각 방송사가 배타적으로 장르를 전담해 제작하거나 시간대별로 프로그램 편성권을 나눠 갖는 방안이다.
△시나리오(9):방송 3사가 독립적으로 통일방송사를 운영해 나름대로 통일방송을 제작 편성해 송출하는 방안이다. 제작·편성·송출 등 모든 측면에서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와 함께 이 보고서는 통일방송의 프로그램 편성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점진적·단계적 통일시 통일방송 프로그램은 남북한 주민이 한민족이라는 동질성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상대방의 가치관·문화·생활 등을 가치중립적으로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작 통일시에는 점진적·단계적 통일의 경우와는 달리 뉴스·교육·정보 등을 중점적으로 편성하되 현란한 쇼·연예 프로그램 등은 일정 기간 편성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통일방송체제 구축을 위해 통일방송 전문관료 육성, 통일방송 인프라 구축 재원 마련, 방송사 차원의 통일방송 전담 부서 설립, 북한 수용자 연구기구 설립 등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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