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프랑스 새 방송법도 3년째 표류

 프랑스의 새 방송법(안)이 3년이 넘도록 국회에 상정조차 못한 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96년 우파정부에 의해 마련됐던 새 방송법(안)이 작년 6월 좌파 연립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백지화됐으며 좌파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방송법안 역시 방송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닥치면서 앞날을 알 수 없게 됐다.

 프랑스 우파정부가 마련한 새 방송법안은 상·하원의 심의를 거쳐 작년 2월 상원에서 2차 심의중이었으나 좌파정부의 새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카트린 트로트만이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다양성을 장려한다는 것은 양질의 강력한 공영방송을 육성·보호하는 것이며 공공재원과 광고수입간의 구성비율을 보다 균형있게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는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방송정책에 따라 좌파정부의 방송법 개정안은 매체 집중방지, 시청각위원회(CSA)의 특정권한 확장, 공영방송 기조유지,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의 편집·편성 독립권 보장 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 14년 동안 무려 6번이나 개정됐던 방송법을 다시 개정하려는 시도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커뮤니케이션 대기업들의 집요한 로비에 의해 큰 벽에 부닥치게 됐다. 더구나 새로 정권을 잡은 좌파정부는 기술·정치·경제적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방송부문에 대해 충분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몇몇 사회당 의원들이 한 회사가 가질 수 있는 민영방송사의 자본점유율 상한선을 현행 49%에서 25%로 낮추는 등 매체자본 집중방지 정책을 주장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의 로비에 굴복한 트로트만 장관은 작년 12월 민영방송의 경제·재정부문에는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 강경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1월 말 국무회의에 제출된 방송법안은 민영·공영방송부문을 모두 다루면서 자본 점유율 상한선을 낮추는 것을 포기하고 방송위원회 안의 CSA의 권한을 강화해 위성방송인 TPS가 지닌 공영방송의 F2·F3에 대한 3년간 방영독점권을 철회하는 한편, 이들 두 회사와 아르트 등을 총괄하는 하나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송법안은 방송관계자들과 방송사들의 심한 반대에 부닥쳤고 경제부처 역시 난색을 표명, 법안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의 광고시간을 현행 12분에서 5분으로 축소하고 F2·F3 등을 한군데로 묶은 지주회사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발표됐고 작년 11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친 데 이어 12월 국회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로트만 문화부장관이 최근 국회 사회문제위원회에서 새 방송법안의 심의를 99년 봄까지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법안의 전면수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법안에 대해 노골적인 반대를 표명, 집권 여당이 현안에 대해 정밀검토를 한 뒤 오는 5월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점정 결론을 내렸다. 한편 주무부처장인 트로트만 장관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광고시간 감소분 25억프랑의 손실에 대해 65세 이상의 노인들과 극빈자 등에게 주어지는 시청료 면제몫을 국가가 대납해줌으로써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금액은 광고수입 감소액을 보충하고도 남는 26억프랑으로 이미 경제부처의 동의를 얻어낸 상태다.

 아무튼 프랑스의 새 방송법안은 늦어도 오는 6월 말까지는 국회에 상정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국경없는 텔레비전」이 제시하는 지침에 따르기 위해서도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새 방송법을 제정해야할 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의 광고수입 감소를 고려해야 하는 재정관계법 역시 같은 시기에 국회표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프랑스 텔레비전의 사장인 구유 보샹의 임기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끝나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해 5년 임기의 사장을 뽑으려면 앞서 방송법안이 통과돼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새 방송법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좌파정부가 목표로 하는 주요 개혁중의 하나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기 때문에 새 방송법 제정여부는 이래 저래 초미의 관심사다.

<자료제공=방송 동향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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