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으로 쏟아지는 정보 중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을 취사선택해 이를 생산적으로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정보화의 물결 속에 빠져 정작 필요한 정보는 얻지 못한 채 헤매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1세기 사이버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개인도 새로운 자세로 무장해야 한다. 대량의 정보사회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개인도 갖추어야 할 몇가지 자세가 있다.
이 중 하나는 「정보도구」와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가져야 한다. 최근까지는 정보를 다루기 위한 도구인 컴퓨터나 인터넷에 대한 지식 자체가 정보라는 잘못된 생각이 만연했다.
하지만 컴퓨터나 인터넷은 사이버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도구에 불과할 뿐 사이버시대의 성공전략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은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 사이버시대를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도구는 TV와 마찬가지로 점점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도구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사이버시대에 적합한 인간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이버시대의 정보는 이러한 정보도구를 이용해 인간생활의 각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그 활용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물론 정보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을 이른 시일 내에 숙지해야 하겠지만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개발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정보 스모그」와 「필요한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스모그와 필요한 정보를 가릴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 필요하다. 정보 스모그는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솅크가 그의 저서 「정보 스모그(Data Smog)」에서 지적한 개념이다. 사이버시대 대량정보의 유통은 정보에 대한 인간의 의존성을 높여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경우보다 불필요한 정보에 파묻혀 정보를 얻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더욱 많게 되는 현상을 불러오고 여기서의 정보는 정보라기보다는 스모그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인터넷 전용선이 연결된 기업에서는 전체 인터넷 이용량 중 많은 부분이 증권정보 검색이나 성인 사이트 검색에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관리 소프트웨어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정보 스모그가 폐해를 끼치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정보교환 수단인 전자우편 중 상당부분이 스팸메일에 의해 오염되고 있는 것도 정보 스모그가 얼마나 많이 확산되었는가를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많은 양의 정보에 파묻히기보다는 필요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이버시대에는 개인도 「글로벌화」에 적극 발맞춰야 한다.
글로벌화는 사이버시대에서 국경의 존재가 점차 의미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미 약 4년간의 인터넷시대를 살아간 것만으로 국경과 체제의 의미가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들이 「영어」와 「자국어」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영어가 점차 만국 공통어가 돼가고 있다.
비록 영어권이 아니라 하더라도 번역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자국어만 알더라도 전세계 정보를 접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결국 이같은 글로벌화의 역할로 사이버 스페이스는 궁극적으로는 전세계를 단일 언어, 단일 생활권으로 묶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방형」의 인간형이 필요하다.
개방형 인간형은 당장은 크게 두가지 분야에서 시급하게 갖춰야 할 문제다. 언어능력의 신장과 문화적 유연성이 그것이다. 특히 영어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아직까지 그다지 개방적이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아시아지역에서도 일본은 자국어를 고수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는 비록 소국이지만 영어권이라는 이점 때문에 아시아지역의 허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실질적인 경제효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ISP들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인터넷 회선연결에서 미국과 연결할 때는 회선비를 모두 부담하고 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국내 콘텐츠가 한글이 대부분이어서 미국으로부터의 트래픽이 없다는 것.
최근 각종 서비스의 증가로 상당 수준 미국으로부터의 트래픽이 증가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은 매달 수억원의 외화를 회선비로 지출하고 있고, 이것은 그대로 국내 네티즌의 부담이 되고 있다.
결국 국내 콘텐츠를 얼마나 글로벌 시대에 맞도록 키워나갈 것인가의 문제이고, 이는 직접적으로 쓸 만한 영어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빠르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적 유연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이버시대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세계문화」의 성격을 띤다. 정보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정보에 따르는 생활양식도 점차 닮아가게 된다. 특히 이것은 최근 신세대 문화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사회·문화·스포츠·오락 등 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정보를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공유하게 됨으로써 사고방식도 닮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무조건적인 세계문화의 추종은 자국 문화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자국문화를 제대로 살려내지도 못하면서 세계문화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사이버시대에서 생존할 수 없다.
「전문성」과 「보편성」을 함께 갖춰야 하는 것도 사이버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자세 중 하나다.
정보화가 진전되면 점점 더 전문적인 인간형을 요구하게 된다. 정보의 양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한 사람이 모든 정보에 능통하게 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따라서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정보능력을 갖춘 사람이 우대받게 된다.
하지만 전문화는 보편성이 수반되지 않으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사회의 발전은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해냄으로써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미 여러 가지 형태로 분리 발전해오던 것을 종합함으로써 이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에서는 이를 개인 차원에서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정보의 자원이 한정적이고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21세기 사이버시대에는 대량 정보가 만인에게 동등하게 제공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전문분야의 정보를 키워나가는 동시에 해당 분야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연결될 수 있는 보편적인 정보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충분하게 존재한다. 종합적인 사고와 전문적인 지식이 사이버시대에 필요한 절실한 인간형이다.
이와 함께 사이버시대는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를 원한다.
최근 사이버시대의 흐름에 뛰어드는 사람들 중에는 아마추어가 많다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자본으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믿고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기는 하지만 철저히 준비를 하고 뛰어드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만 약 1천여개 이상의 유료 IP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사업이 잘 된다는 곳조차 연간 매출이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PC통신과 인터넷, 인포숍 등 유료 정보를 제공하는 IP 중 60%가 월 50만원 정도의 수입에 불과하다. 이같은 통계는 「소자본으로 일확천금을 쥘 수 있다」거나 「가정주부가 부업으로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유혹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알 수 있게 한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신화」를 창조한 것은 아이디어가 풍부한 탓도 있었지만 MS의 성공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빌 게이츠의 마케팅 능력과 자금관리 능력을 더욱 크게 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모든 면에서 철저한 프로정신을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의 사이버 관련 벤처기업들이 초기에 반짝 성공하는 듯 하다가 무모한 사업확장으로 스러져 가는 현실은 철저한 프로정신이 존재하지 않고는 사이버시대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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