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 볼만한 비디오

 우리나라 안방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장르는 액션물이고 이에 따라 비디오대여점의 주요 메뉴도 할리우드의 대형 액션영화로 짜여져 있는 게 보통이다. 비디오제작사들의 주력작품도 액션물에 집중되고 나머지 영화들은 소리없이 사장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영화들, 감동과 재미가 만만찮은 영화들도 적지 않다. 신년 연휴에 부담없이, 또는 별러서 볼 만한 몇몇 작품을 소개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해패 투게더>

 97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왕가위가 감독하고 장국영·양조위가 주연했다. 남성간 동성애가 문제화돼 국내 수입불가 판정을 받는 등 진통과 화제를 몰고 다녔던 작품이다. 서울에서만 25만명의 극장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두 홍콩청년,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 둘은 오랜 우정과 사랑으로 다져진 연인관계다. 두사람은 늘 함께 하고 싶지만 사랑이 깊은 나머지 증오와 다툼이 일상처럼 반복된다. 언제나 『다시 시작하자』는 말과 함께 화해하고 사랑을 확인하지만 오래가진 못한다.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는 두사람에겐 이과수 폭포라는 공동의 지향점이 있다. 굳이 이과수에 가야 하는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함께 가야 한다」는 느낌을 거부할 수 없는 것. 아휘의 새로운 친구로 세상 끝 여행을 떠나는 장, 홀로 이과수를 찾아가는 아휘, 방황하는 보영 등 홍콩 청년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스타맥스>

<강원도의 힘>

 한국 작가주의 영화감독의 표상인 홍상수의 작품.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아내 리얼리즘 영상의 백미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홍 감독의 데뷔작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연속선상에 「강원도의 힘」을 올려놓고 보는 것도 색다른 감상 포인트. 제51회 칸영화제에 초청 상영됐다.

 영화는 지숙과 상원의 강원도 여정을 따라다닌다. 두사람은 유부남과 미혼녀로서 불륜을 맺고있다. 두사람이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에 강원도에 가고 여행 내내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카메라는 2대가 마련된듯 서로 다른 여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두개이자 하나라는 것.

 강원도를 다시 찾는 지숙, 고대하던 대학교수에 임용된 상원, 두사람은 강원도를 뒤로 한 채 서울 인사동 여관에 함께 눕는다. 지극히 일상적이었던 만남을 되풀이하는 모습이지만 두사람은 강원도에서 가져온 각자의 번뇌를 곱씹는 듯하다. <우일영상>

<칼라송>

 남미 니카라과의 내전을 배경으로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인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 9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이탈리아 상원의장상을 수상했다. 영화제에서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진 영국출신 감독 켄 로치의 작품이다.

 1987년 음울한 분위기가 우러나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 글래스고. 조지(로버트 칼라일)는 평범한 버스 운전기사다. 어느날 무임승차한 남미여인 칼라(오이앙카 카베자스)와 인연을 맺게 되고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는 대인기피증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만의 세계안에 움츠러들어 있다. 칼라는 정신적 쇼크상태였다. 니카라과 산디니스타의 혁명전선에 나섰다가 목전에서 남편 안토니오의 죽음을 본 충격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삶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조지의 동정이 사랑으로 발전하고 두사람은 안토니오를 찾아 니카라과로 간다. <컬럼비아트라이스타>

<재키 브라운>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포 룸」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에서 각본·감독·출연한 할리우드의 괴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 가벼운 조연급 배우였던 팜 그리어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로버트 드 니로·마이클 키튼·새뮤얼 잭슨 등 유명 배우들을 조연으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영화의 구조와 대사에서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치기어린 장난기가 가득 묻어나온다. 이야기는 복잡하고도 일사불란하다.

 재키 브라운은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는 최하급 민간 항공사의 스튜어디스. 아르바이트로 무기판매상 오델 로비의 검은 돈을 배달한다. 그러나 오델을 추적수사하던 형사들에게 적발되자 재키는 생존과 돈을 건 협상을 맺는다. 재키와 오델을 축으로 형사·젊은 정부·보석 보증인·폭력범 등이 개입된 격돌이 시작된다. 살인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재키는 최후의 승자가 된다. 출연배우들의 개성이 돋보인다. <브에나비스타>

<폴리>

 5살 소녀 마리와 영리한 앵무새 폴리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가족용 영화. 존 로버츠가 감독하고 제이 모어·토니 샬로브·지나 롤랜드·할리 케이트 에이슨버그 등이 출연했다.

 말을 더듬는 소녀 마리의 유일한 친구는 앵무새 홀리다. 또래 아이들의 따돌림 속에 마리는 폴리로부터 말을 배울 정도다. 그런 이 영리한 앵무새는 엉뚱하게도 나는 법을 모른다. 어느날 마리가 폴리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다가 창문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다. 이에 화가 난 마리의 아빠는 폴리를 동물보호소에 팔아버리고 LA로 이사간다. 폴리는 친절한 할머니 아이비를 만나 마리 가족을 찾아나서지만, 그녀가 죽자 스스로 날갯짓을 시작한다. 폴리는 그랜드캐니언을 지나 LA에 도착하지만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날개를 잘리고 폐기처분되는 신세가 된다. <드림웍스>

<비지터 2>

 프랑스 영화사상 최고 흥행수입(7천8백만프랑)을 기록했던 「비지터」의 후속작. 장 마리 프와레가 감독하고 전작의 주연배우인 장 르노와 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출연했다. 돈키호테 같은 중세 기사와 그의 시종이 시간통로를 통해 현대와 중세를 오가며 벌이는 좌충우돌식 해프닝을 그렸다.

 긴 시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백작 고드프와(장 르노)는 꿈에 그리던 프레네공드와 결혼전야를 맞이한다. 그러나 신부의 아버지 푸이유 공작이 갑작스럽게 보석과 성스러운 롤랑드 성자의 목걸이가 사라졌다며 절망한다. 목걸이의 신비로운 능력 없이는 후손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목걸이는 고드프와의 시종으로 거지여인 지네트와 함께 현대에 남아버린 자쿠이(크리스티앙 클라비에)가 가지고 있었다. 목걸이와 자쿠이를 데려와 큰 환란을 막기 위한 고드프와의 두번째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영성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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