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전자산업 총결산 (6);컴퓨터 (중)

PC.주변기기

 올들어 PC 및 주변기기산업은 80년대 초 시장형성 이래 최대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다. 올해 PC 및 주변기기 산업은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된데다 IMF 한파가 겹치면서 전체 시장규모가 90년대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98년을 보낸 PC 및 주변기기산업 주요업종의 명암을 살펴본다.



 90년대들어 연평균 30% 이상씩 고성장가도를 달리던 국내 PC시장은 지난 95년 이후 10% 수준의 저성장 추세로 돌아서더니 급기야 올들어 국내에 PC시장이 형성된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56만대 규모를 유지했던 국내 PC시장은 하반기에는 약 7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PC시장 총규모는 1백3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1백90만대에 비해 약 31% 가량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올 가정용 및 기업용 시장규모는 90만대로 지난해 1백38만대에 비해 34% 가량 줄어들고 행망 및 교육망용 시장규모는 4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52만대에 비해 2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행망용 PC의 경우 시장감소폭이 일반 가정용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공급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5% 이상 올라 올해 PC업계는 행망용 및 교육망 PC시장에서 치열한 공급경쟁을 벌였다.

 올 한해 국내 PC산업의 큰 특징은 내수가 크게 위축된 반면 환율인상 등 수출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해외수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삼보컴퓨터가 미국에 「e머신즈」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가 하면 대우통신이 해외지사를 확충하는 등 PC 제조업체들이 대대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추진하면서 올해 총 3억달러 규모의 PC가 수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PC시장은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큰 격동이 진행됐다. IMF 한파 이후 국내산업 전반에 몰아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대대적인 사업축소 및 인력감축, 분사작업에 착수하고 이를 마무리지었다.

 현대전자는 PC사업부문을 「멀티캡」이라는 별도법인으로 독립해 분사시켰으며 대우통신도 최근 5대 그룹 빅딜사업과 관련, 자본유치 및 분사가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삼보컴퓨터 등 그밖의 주요 PC 제조업체들도 올 상반기에 전 조직부서를 개편하고 30% 가량의 인력을 감축했다.

 국내 PC시장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시장상황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우선 소비자들의 수요패턴이 저가형 중심으로 바뀌면서 중가형 제품이 시장에서 점차 퇴조했으며 PC 제조업체들의 마케팅전략 역시 이에 맞춰 기존 방식을 크게 수정하게 됐다.

 PC 제조업체들은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2백만원대 이하의 저가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했으며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중앙처리장치(CPU) 및 주기판을 교체해주는 「보장형PC」, 소비자들로부터 부품을 주문받아 생산하는 「맞춤PC」 등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했다.

 올해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사항은 전반적인 PC시장 침체와 저가제품 위주로 시장이 변동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까지 주력제품이었던 MMX PC가 급격히 퇴조하고 펜티엄Ⅱ PC가 급부상한 점이다. 또 올해에는 PC와 함께 대우통신의 「오토PC」,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핸드헬드(H)PC」, LG정보통신과 제이텔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PC 컴패니언 제품이 국내외에 출시돼 시장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주변기기>

 올해 국내 프린터시장에서는 10년 가까이 프린터부문의 아성을 지키고 있던 한국HP의 독주체제가 흔들리면서 삼성전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컴퓨터와 번들판매에서 성과를 올린데다 품질개선과 마케팅에 역점을 둔 전략을 펼쳐 수출과 내수판매에서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프린터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한국HP와의 프린터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9월 일본 엡손사가 국내 프린터시장을 노리고 지사를 설립해 한국HP·삼성전자·롯데캐논과 더불어 4사 경쟁체제 구도를 이뤘으며 이와 함께 LG전자가 프린터사업을 포기함으로써 삼성전자가 행망용 레이저 프린터시장에서 최대의 수혜를 누린 점도 올 한해 프린터시장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그래픽카드부문에서는 올 10월 국내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두인전자와 가산전자가 잇따라 부도를 냄으로써 충격을 주었다.

 두 회사의 부도로 대만산 수입제품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국산제품의 수출기반도 두 회사의 회생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모뎀부문에서는 v.90 표준규격 논쟁이 눈길을 끌었으며 모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시장을 석권한 윈모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모뎀업계는 지난해까지 56Kbps 모뎀시장을 놓고 K56플렉스와 X2 방식으로 양분화되어 경쟁을 벌여왔으나 v.90 고속모뎀 표준규격의 보급으로 각 업체들의 모뎀성능이 평준화됐고 소매시장에서는 치열한 가격경쟁 상황이 발생했다. 모뎀 OEM시장에서는 모뎀기능 일부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구동하는 「윈모뎀」이 보급되면서 기존 하드웨어 모뎀을 거의 대체했다.

 마우스부문에서는 인터넷 검색에 편리하도록 스크롤 기능을 갖춘 「휠마우스」의 보급이 눈에 띄었고, 키보드분야에서는 복잡한 PC기능을 단축키로 처리하는 「멀티미디어 전용키보드」 「전자상거래용 보안키보드」의 출시가 활발했다. PC케이스시장에서는 저가PC용으로 개발된 소형PC용 제품인 「마이크로 ATX케이스」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업체간 디자인 경쟁이 더욱 심화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저장매체분야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IMF 한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올초부터 4GB 이상급 제품이 주력 상품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환율이 2배 상승해 제품 단종을 추진하던 2GB대 제품들이 올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다. 하반기부터는 세계 HDD 제조사들이 감산을 추진하면서 가격구조가 개선됐으며 저용량 일변도에서 4GB 이상급 대용량 쪽으로 선호추세가 변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국내 HDD시장에서는 퀀텀과 삼성전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시게이트가 자사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국내 지사를 철수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세계 PC 공급업체에 OEM 방식으로 공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전세계 5% 점유에서 9% 이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당초 PC에 기본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던 차세대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는 PC 원가부담으로 기본 탑재 자체가 연기되고 있다.

 차세대 FDD부문에서는 카랩과 소니의 제품출하가 계속 연기돼 내년도 상반기경에나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계 4∼5위권 FDD 제조업체인 삼성전기가 차세대 FDD시장에 참여를 선언, 눈길을 끌고 있다.

 CD롬드라이브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던 CD리라이터블(CDRW) 드라이브도 4배속 CDR쓰기 기능을 갖춘 2세대 제품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보급이 지연돼 내년도 시장에서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컴퓨터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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