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인텔에서 등 돌리나

　국내 PC 제조업체들과 세계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공급업체인 미국 인텔의 한국 현지법인인 인텔코리아의 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올해초 「삼보컴퓨터와 밀월, 삼성전자와 소원, 기타 컴퓨터 제조업체와 무관심」이라는 인텔코리아와 국내 PC 제조업체간의 관계가 최근 삼보컴퓨터와 삼성전자의 입장이 바뀌고 있고 기타 PC업체에 대해 인텔코리아의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것.

　이는 펜티엄Ⅱ CPU를 장착한 제품으로 PC 사양을 한단계 끌어올리려는 인텔코리아의 전략과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외 PC 시장공략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국내 PC 제조업체들의 사업전략이 맞물리면서 발생하고 있다.

　양자간의 관계변화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업체는 삼보컴퓨터와 삼성전자. 삼보컴퓨터는 지난해말 펜티엄Ⅱ CPU를 장착한 체인지업 판매에 영업력을 집중하면서 인텔코리아와의 관계가 밀착돼 올해 상반기까지 밀월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들어 이같은 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이달초 코리아데이터시스템즈(KDS)와 공동으로 미국에 「e머신즈」라는 현지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세계 초저가 PC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동안 인텔사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애용(?)했던 관례를 깨고 사이릭스 프로세서를 채택한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등 기존 사업전략을 크게 수정했기 때문.

　인텔코리아는 한때 자사 펜티엄Ⅱ CPU의 주고객이었던 삼보컴퓨터가 경쟁업체의 칩을 채택해 대대적인 시장공략에 나서자 내심 당황해하고 있다. 더욱이 삼보컴퓨터는 최근 국내 PC 유통업체인 두고정보통신을 통해 국내시장에 1백만원 이하 가격으로 제품공급을 시작해 인텔코리아는 더욱 불편해하고 있다.

　삼보컴퓨터 역시 이를 의식해 인텔코리아 아우르기 전략에 나서고 있으나 인텔코리아와의 관계가 예전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자사 초저가 PC에 사이릭스 칩을 탑재하는 것과 관련, 내셔널세미컨덕터(NS)가 이를 홍보하겠다고 알리자 삼보측에서 중단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소원관계에서 점차 밀월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올초 펜티엄Ⅱ 대신 MMX PC의 드라이브 정책을 구사하면서 인텔의 사업전략에 이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삼성전자는 최근 들어 인텔의 사업전략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에 셀러론 PC 2개 기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셀러론 PC 4개 기종을 추가로 발표해 출시하는 등 인텔코리아의 펜티엄Ⅱ PC 드라이브 정책을 적극 후원하고 나섰다.

　인텔코리아도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삼성전자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방안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인텔코리아는 최근 올 하반기 삼성전자의 판촉비용을 일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의 서버 발표회에서 판촉 비용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LG IBM·대우통신·멀티캡 등 기타 PC 제조업체들과 인텔코리아의 관계도 기존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관계에서 최근 서로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관계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는 LG IBM이 그동안 호환PC 출시 때 IBM 칩만을 채용했던 방식을 탈피해 최근 인텔의 셀러론칩을 채택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멀티캡 역시 올하반기 PC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셀러론PC를 새로 출시하는 등 PC제조업체들의 인텔칩 수요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