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측정시스템" 열풍분다

 어릴 때 즐겨 듣던 이야기 가운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란 동화가 있다. 이 동화에는 주문만 외면 저절로 열리는 「음성인식」 동굴이 나온다. 이 동굴 앞에서 주인공 알리바바는 도둑 대신 「열려라 참깨」를 외쳐 부자가 된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1998년 지금 살고 있다면 이같은 횡재는 불가능할 것이다. 최근 개발된 음성식별시스템을 이용하면 아무리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를 외치더라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동굴 문에 장착된 음성식별시스템이 미리 등록해 놓은 두목의 음성 진폭이나 주파수 등을 대조해 진짜 주인인지 아닌지 금방 구별해 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신체나 생태학적 특징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장치를 생체측정시스템이라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사람의 몸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문. 이 방법은 디지털화가 진전되기 전부터 사람을 식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캐나다의 마이텍사는 이용자의 지문정보를 암호로 저장해 놓고 대기만 하면 손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한 「터치스톤」이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용자를 식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도 안 된다. 또 지문정보를 암호로 저장하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도용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의 마우스나 키보드에 지문식별시스템을 장착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일본 후지쯔사의 노트북PC는 핑거패스 카드란 지문인식장치를 장착해 손만 갖다 대면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컴팩사도 최근 개인의 지문을 3차원 이미지로 저장하는 PC용 지문인식장치를 선보였다.

 또 독일의 컴퓨터업체인 체리도 지문을 감식할 수 있는 지능형 키보드를 장착한 PC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문인식시스템은 최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천 달러대였으나 최근 꾸준한 기술개발로 1백 달러대까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이 시스템의 보급이 보편화하면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해킹해 중요한 자료를 입수하는 「피스메이커」 같은 영화는 엉터리가 될 것이다. 지문이 다르면 아예 컴퓨터를 켤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눈 속의 홍채도 중요한 식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의 홍채는 40개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지문보다 훨씬 많은 2백50여개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쌍둥이까지도 홍채패턴은 서로 다르다. 이 시스템은 정확도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 주로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권에서 채택되고 있다. 은행고객이 은행카드를 밀어넣으면 스테레오 사진기가 얼굴 위치에 맞춰지고 바로 홍채 이미지를 추출해낸다. 홍채를 인식하고 본인을 인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쓰고 있더라도 인식이 가능하다.

음성과 손의 모양, 얼굴, 정맥의 패턴을 가지고 사람을 식별하는 제품도 다수 선보이고 있다. 미국 마이로스사는 인터넷 이용자의 얼굴을 저장해 인터넷 보안을 강화한 「트루페이스 웹」을 출시했다.

 이밖에도 서명이나 자판을 치는 형태를 가지고 사용자를 식별하기도 하고 고유의 냄새를 통한 냄새인증기도 개발중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멘스, 베리디콤, 후비전, NEC 등 50여개의 기업들이 생체측정시스템 시장에 뛰어들어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도 최근 들어 생체측정시스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아정보시스템(대표 김종현)은 지난 7월 출입구에 설치된 자동인식기에 손가락을 대면 지문을 인식해 본인 여부를 판별해주는 지문인식 출입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제일데이타시스템(대표 김상균)도 반도체식 지문인식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미국 벤처업체와 공동으로 지문인식장치를 키보드 한쪽에 내장한 지문인식키보드를 선보였다.

 또 비케이시스템(대표 양리지아)은 지문식별이 어려운 노무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맥패턴인식시스템을 개발, 양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전자도 홍채인식 ATM기기를 개발중이다.

 이처럼 생체측정시스템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정보통신 기기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점점 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그러나 현재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비밀번호나 카드는 잊어버리거나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 자신을 암호나 신분카드로 활용하는 생체측정시스템의 도입이 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많은 국가의 은행들이 홍채인식 방식의 ATM 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비밀번호 대신 지문인식시스템 도입을 검토중이다. 미국 JFK와 캐나다 토론토공항에서는 많은 승객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인식시스템을 시범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일일이 여권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연금지급시스템과 지문인식시스템을 연동시켜 5년 동안 1천8백만 달러의 절감효과를 거뒀다.

 이밖에 교도소나 군사기지, 연구소의 출입통제용·신분증명카드용 등 다양한 분야에 생체측정시스템을 응용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생체측정시스템 이용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개인의 지문이나 음성 등이 등록될 경우 사생활과 익명성이 침해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암호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저장해 놓은 자료를 쓸 수 없게 하는 등의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기술이 더욱 보편화하고 시스템 가격이 인하되면 머지 않아 지갑에 두둑이 넣고 다니던 카드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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