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유선" 수용.. 통합방송법 "새변수"

통합방송법에 중계유선 부문이 과연 포함될 수 있을까. 당사자인 중계유선사업자들은 물론 케이블TV 업계가 통합방송법과 관련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중의 하나다.

일단 현재까지 여야 각당이 내놓은 통합방송법(안)은 중계유선부문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이번 법안에는 중계유선부문을 포함시키지 않되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과 중계유선간 전송설비 상호이용에 관한 규정을 둬 케이블TV와 중계유선간 통합의 단초를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측은 중계유선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인인 점을 감안해 케이블TV업계와 중계유선업계가 통합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해 오면 이를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측은 방송사업자 개념에 중계유선부문을 포함시키고 기존의 유선방송관리법을 통합방송법에 그대로 수용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중계유선사업자의 관할도 현재의 정통부에서 방송위원회로 넘기자는 것이다.

따라서 통합방송법안에 중계유선부문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앞으로 어떻게 입장을 조율할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중계유선의 통합방송법 포함 여부를 놓고 상반된 입장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이해단체들의 대 국회 로비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계유선문제가 방송법통과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중계유선부문을 통합방송법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당론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계유선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유선방송협회는 최근 한나라당 조순 총재 앞으로 보낸 건의문을 통해 중계유선이 통합방송법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중계유선은 타방송매체와 달리 프로그램의 제작, 편성, 광고 등의 역무가 포함되지 않아 방송보다는 오히려 통신의 개념이 강하고 케이블 SO들의 주장대로 중계유선이 케이블 SO의 부방송화 된다면 저소득층을 주시청자층으로 하고 있는 중계유선의 시청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유선방송협회는 이같은 입장을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에도 제출했다.

이같은 중계유선업계의 입장에 대해 케이블TV방송협회측이나 대부분 PP들은 전광판 사업자도 방송법안에 포함되는 상황인데 중계유선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양매체가 하나의 법안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정리, 여야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편 이처럼 중계유선문제를 놓고 여야 각당과 이해단체간 입장이 상반된 가운데 최근 크리스챤 아카데미가 주최한 방송법 개정 관련 토론회에선 강대인(계명대 교수), 박형상(변호사), 이경자(경희대 교수), 정윤식(강원대 교수), 홍기선(고려대 교수) 등 5인이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국민회의안을 토대로 방송법 대안을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을 통합, 일원화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기존의 중계유선방송을 방송사업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방송위원회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유선방송사업자간 사업영역 및 기술기준 분쟁, 전송선로설비 이용에 관한 분쟁 등에 관해 시정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종합유선방송과 중계유선방송 통합추진위원회를 방송위원회 내에 설치, 운용해 양매체간 갈등해소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회의의 신기남 의원은 이같은 대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중계유선부문을 이번 법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현재 케이블TV와 중계유선의 소관부처가 상이해 벌어지는 정책상 혼선을 막기 위해 소관부처를 일환화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중계유선부문이 이번 통합방송법에 포함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중계유선 부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한나라당측의 의지가 강한 만큼 국민회의측과의 협상과정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조율돼 반영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장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