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원서비스는 이제 선진국만이 신경쓰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정책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추진세력의 리더십 결여와 전문성 미비로 인해 실패한 장애인지원국(OMRDD) 종합정보망 구축 실패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미국내에서도 장애인 지원에 앞장서 나서온 뉴욕주 장애인지원국은 90년 이후부터 업무방식을 지역분권적 수혜자중심적 관리형태로 변화시켜나갔다.실질적인 지원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직접 지원국에 찾아오지 않아도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에서였다.
이에 따라 장애인지원국은 이제까지 수작업으로 입력, 관리해오던 조직 자체의 업무에 대한 정보화와 함께 종합적인 정책결정, 기획, 비용절감 등에 필요한 정보 확보를 위해 관련조직을 연결하는 정보망 구축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공공정보통신연구소(CTG)에서 사전실험을 실시하여 정책집행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부작용과 이에 따른 비용최소화 노력도 꾀했다. 급기야 96년에는 CTG의 2년간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장애인지원국에 적용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긍적적인 평가를 받았다.그러나 장애인 지원국은 돌연 97년 회계연도에 정보망추진계획을 취소하고 본계획을 무기한 연기키로 했다.
사업에 대한 필요성과 현실성이 높을 뿐 아니라 사전실험을 통해 개발가능성이 확인되고 장애인지원국 자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 시스템이 그것도 이미 개발된 상태에서 사업이 취소된 것이다.
장애인 지원국내에서 정보화 담당부서는 전기, 전자기기의 유지, 관리를 전담하는 전산처리 수준에 머물러 조직내부에서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따라서 담당부서의 의견이나 추진력에 대한 타부서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공공예산 삭감시 우선순위에 오르는 등 정보화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컸다.
특히 담당부서장은 정보화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정보화의 장점을 피상적으로 인지해 담당공무원들에게 사업을 추진토록 지시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조직내부의 갈등을 조정관리하기보다는 단순히 정보화사업을 중단시킴으로써 해결하려 했다.
담당공무원 역시 전문성이 부족해 정보화에 따른 조직내부의 갈등에 직면했을 때 이에대한 전문가차원에서 중요성과 필요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게다가 일부 공무원들은 이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엄청난 실직사태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갖고 있었다.
장애인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선기관들도 정보망 구축으로 업무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일선조직의 활동상황과 예산운영 관련정보가 감독기관인 장애인지원국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꺼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장애인 종합정보망 구축 실패사례 민, 관, 학 협력관계의 한계를 보여준 실예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이 프로젝트는 장애인지원국이 연구를 의뢰,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 대학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정보통신연구소가 연구를 맡았고 민간기업인 H사가 정보화사업 추진시 정보통신기기 판매우선권을 조건으로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를 공급했다.그러나 H사는 2년간 연구지원 결과 이 사업이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했다.
공공서비스 제공과 민간기업이 평가하는 경제성과는 별개 문제라는 점이 노출된 이번 사례는 특히 정보화정책에서 기술적인 차원에서 전혀 문제점이 없음에도 불구, 정치적인 요인과 조직내부의 갈등요인에 의해 정책이 중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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