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중대형컴 개발 첫발부터 "삐걱"

차세대 국산 중대형컴퓨터 공동개발 사업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이견을 나타내는 가운데 민간 참여기업까지 이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 차세대 국산 중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도 전에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10년 전부터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을 주도해온 정보통신부에 이어 뒤늦게 대형 병렬컴퓨터 개발사업에 뛰어든 산업자원부가 경쟁적으로 차세대 국산 중대형컴퓨터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말로 국산 주전산기Ⅳ 개발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후속 사업으로 슈퍼컴퓨터급 멀티미디어용 서버를 올해부터 오는 2000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 아래 총 연구개발비 5백5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는 주관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국산 주전산기 4개사가 공동 참여한다.

반면 산업자원부는 대형 병렬컴퓨터 개발사업(일명 엔터프라이즈 서버Ⅰ) 후속사업으로 엔터프라이즈 서버Ⅱ를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국내외 중대형컴퓨터업체와 서울대 컴퓨터 신기술공동연구소가 개발주체로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올 10월부터 오는 2002년 9월까지 4년 동안 추진할 이 사업에는 총 7백9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자원부가 수립한 이 계획에는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가 공동 참여하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업을 원만히 추진하려면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절대적인 협력이 필요하지만 산업자원부는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사후에 이들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산업자원부의 협조 요청에 대해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원부가 계획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서버Ⅱ 개발사업은 사업주체와 참여업체, 목표 기종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불확실한 모호한 계획』이라고 지적하면서 『산업자원부가 엔터프라이즈 서버Ⅱ 개발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산업자원부는 조만간 정보통신부와 또 다시 협력방안을 협의할 계획인데 여기서 정보통신부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독자적으로 엔터프라이즈 서버Ⅱ 개발계획을 추진한다는 복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차세대 국산 중형컴퓨터 개발을 놓고 정부부처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민간기업들은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통상산업부가 대형컴퓨터 개발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때에도 두 부처의 눈치를 보느라고 막대한 연구비와 개발인력을 투입했는데 또 다시 비슷한 프로젝트에 거액의 연구비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야 할 지경이라는 컴퓨터업계의 불평이다.

이와 관련, 컴퓨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IMF 체제로 인해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일부 기업의 경우 대폭적인 경비와 인력 절감을 추진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정부부처가 민간 기업의 대규모 자금 투입을 전제로 한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중대형컴퓨터 기술발전 추이에 비춰볼 때 정부 부처가 추진하는 대형컴퓨터 개발사업이 마무리되는 2000년초에 개발기종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민간기업들이 자기 책임하에 중대형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록 하고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독자적인 예산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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