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우리나라 HDTV 방송 방향과 전망

李鍾和

8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82년 한국방송공사(KBS) 기술연구소 입사

9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공학박사

96년∼현재 한국방송공사 기술연구소 차장(HDTV 및 디지털방송 담당),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전파방송분과위원회 의장

우리나라의 방송환경은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있었다. 케이블TV가 출범했고 위성방송도 출현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환경의 변화를 기대하고 맞이했던 일반 시청자와 기업들은 일련의 정책적 논의 및 개국 과정에 대해 아쉬움만 표현한다. 이 와중에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모두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기대와 혼란이 교차하는 시점에서 고선명(HD)TV 탄생은 요원한 일이 아닌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깥을 내다보면 미국은 올해부터 10대 도시에서 ATV(Advanced TV)방송을 시작, HDTV를 중심으로 2000년 전까지 전체 가구의 약 50%까지 수신 가능토록 할 계획이며, 일본도 2000년부터는 디지털 HDTV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안으로 보면 몇 년 남지 않은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우리에게 HDTV방송을 실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IMF 개방시대에 있어 인력자원밖에 없는 우리에게 있어 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 열정을 바탕으로 HDTV를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80년대 초 컬러TV방송을 시작한 이후 우리 방송은 방송운용 기술면에서 괄목할 만한 질적 성장을 했고 케이블TV 및 지역민방의 출현과 함께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더욱이 무궁화 위성 확보는 방송의 입체적 채널환경까지 제공하고 있다.

컬러TV 이후 가장 큰 변화의 핵심은 역시 다채널화다. 케이블TV로부터 시작된 다채널화가 이제 위성이라는 매체로 옮겨가고 있다. 케이블TV가 기존 인프라를 쉽게 버리지 못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은 데 비해 위성방송은 디지털 압축방식을 도입하면서 다채널화를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있다.

기존 품질내의 서비스라는 합의에서 출발한 다채널화와 대비되는 또 다른 한 축이 바로 고품질화다. 고품질화는 정보의 고급화와 새로운 차원의 영상문화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결론은 바로 HDTV다.

이 두 축을 얼마나 잘 조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21세기 방송산업의 과제다. 또한 HDTV는 점점 포화상태로 가고 있는 기존 TV방송 시장과 관련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TV산업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그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송을 위해 가장 적절한 매체의 선택은 그 나라의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논의의 중심은 HDTV다.

그 좋은 예가 미국이다. 미국은 기존 6 대역의 TV채널을 전제로 현실적인 채널전환계획을 추진했다. 채택된 8-VSB 변조방식으로 19.3의 디지털TV 데이터를 방송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방송사에서 가능한 영상포맷으로 HDTV는 1천9백20bps천80, 60 비월주사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SDTV(Standard TV)급 다채널 서비스를 디렉TV 등 디지털 위성방송에 대한 경쟁력 있는 서비스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HDTV 포맷의 서비스가 얼마나 확산될지는 사실 미지수다. 다만 미국의 영화산업이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으로 HDTV 도입을 긍정적으로 추진할 경우 확실한 경쟁력을 가진 매체가 될 것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위성방송을 통해 HDTV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HDTV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능한 한 제원을 집중하고 있다. 99년에 올릴 BS4위성부터 디지털 HDTV방송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적용할 변조방식으로는 TCM(Trellis Coded Modulation) 8-PSK를 내세우고 있다. 가능한 한 전송용량은 하나의 중계기로 45를 확보해 22 정도의 디지털 HDTV 프로그램을 2채널 방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방침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가능한 한 최대 고화질의 HDTV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어 제작품질과 수신품질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실시중인 아날로그 HDTV(MUSE방식)의 화질한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SDTV급 서비스에 대한 HDTV의 경쟁력이 그만큼 상실될 경우 결국 서비스 확산이 어렵게 되고 이는 곧 재투자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악순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NHK는 경쟁력 있는 HDTV 서비스를 위해 최소한 22 이상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물론 프로그램의 종류나 영상내용 등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HDTV 프로그램 제작품질이 좋아질수록 그러한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예컨대 2백만화소급 CCD카메라를 써서 적절한 조명과 숙달된 촬영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의 원본 화질은 해상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40여배 이상 무리한 압축을 할 경우 화질 열화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게다가 50인치 이상 프로젝션TV형의 가정용 디스플레이 장치가 거실에 놓일 경우 대화면에서 화질 열화현상은 더욱 쉽게 눈에 띄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프로그램 제작환경과 기술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현재 SDTV급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경우 과도한 압축으로 인한 화질 열화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해의 바탕 위에서 우리나라의 HDTV가 검토돼야 한다.

무궁화 위성방송이 표류하고 있는 사이 느닷없이 머독과 DSM이 합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80여개 이상의 채널서비스를 하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통신이 중계기 하나당 프로그램 채널을 6개 이상, 도합 30여개 이상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전개는 미래를 위해 조심스러운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확보한 모든 BS채널의 서비스 형태가 일방적으로 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BS채널을 SDTV급 서비스에 모두 할당해 버린다면 우리나라에서의 HDTV 위성방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혹자는 지상파 디지털TV(DTTB)에서 HDTV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하겠지만 2002년 월드컵을 생각하면 HDTV의 조기정착을 위해 위성방송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DTTB의 경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채널전환계획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전국을 커버하기 위한 신규투자가 위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나기 때문에 조기 시행이 매우 어렵다.

반면 위성방송은 이미 확보된 수신기술과 최근 KBS 및 현대전자가 공동개발에 성공한 HDTV 코덱(CODEC:Coder+Decoder)기술 등을 통해 국내 기술로서 조기에 전국을 서비스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무궁화 위성방송의 변조방식인 QPSK로는 중계기당 34의 유효 전송용량이 확보되기 때문에 한 채널 이상의 HDTV를 서비스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즉 6개 중계기 중 몇 개를 SDTV급 서비스에 할당하느냐에 따라 HDTV 프로그램 채널 수가 종속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채널 정책자는 이러한 점을 이해해 향후 HDTV가 국내 산업 및 방송문화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2002년 월드컵은 우리에게 HDTV를 조기에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HDTV방송을 이미 시작한 일본은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고 미국은 시험방송을 지나 본격적인 도입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을 노린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 등 아시아지역에서는 수신기 개발과 상품화가 상당한 수준에 다다를 것이며 유럽에서는 다시 HDTV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월드컵 특수를 노린 기업체와 시장확대를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으로 월드컵 HDTV방송 프로그램을 원하는 나라가 증가할 것이며 실제 한국, 일본, 미국은 HDTV방송 프로그램을 받아 생방송 내지는 녹화방송을 할 계획으로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 특히 축구의 인기가 높은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는 최소한 자료확보 차원에서라도 프로그램 공급을 원할 것이다.

이미 그러한 요구가 현실로 나타나는 예가 있다. 미국의 CDS(Comark Digital Service)사는 브라질의 TV글로보사와 올해 프랑스 월드컵을 HDTV로 생중계하는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또 그 신호를 받아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미국의 ATV방식으로 지상파방송의 시범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HDTV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와이드 프로그램으로 변환해 방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예로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NHK와 독일의 ZDF가 HDTV로 공동제작한 바 있으며 ZDF는 이를 와이드포맷인 PAL펄스로 바꿔 방송한 적이 있다.

물론 2002년 월드컵의 주된 방송포맷은 현재의 컬러TV 방식이겠지만 제작측면에서는 HDTV 포맷을 기본으로 하면서 기존 TV제작환경이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전체적인 효율상 유리할 것이다. 이유는 HDTV 방송장비 가격이 기존 TV장비의 1.5배 이하로 떨어져 월드컵 방송제작환경을 새롭게 구축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보완하고자 할 때에 선택의 여지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HDTV방송을 위한 전반적인 환경구축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엄청난 투자를 위해서는 정부, 방송사, 수신기업체 등의 총체적인 노력이 잘 결집돼야 한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2000년대 우리 방송은 한차원 높은 수준을 구가하게 될 것이며 관련산업의 활성화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KBS는 2002년 월드컵 HDTV방송을 중장기 목표로 기술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올해 10대 기획에 「위성 HDTV 실험방송 실시」를 포함시켰다. 이 실험방송을 통해 우리 기술에 의한 HDTV 위성방송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수신기 제조업체에 실제 수신실험의 기회를 제공해 국내 표준화 과정에서의 기술적 문제점들을 확인함으로써 차질없는 HDTV 방송시대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HDTV 영상산업 진흥을 위해 가능한 한 일찍 관련기관 및 민간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술적으로 잘 개발됐다 하더라도 HDTV방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컨소시엄을 통해 HDTV 프로그램 제작과 수신기 보급확산에 공동 투자하도록 해 방송환경 정착에 시간을 소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