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벼랑에선 부품업계 다시 한번 뛰자 (12);동반진출

세트업체들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국내에서 이들 업체에 물량을 공급해온 소재, 부품업체들도 세트업체와 함께 손을 잡고 함께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해외 동반진출이 여러 여건에 의해 처음 예상한 만큼 순조롭지 못해 부품업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세트업체로부터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고 해외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갖고 동반진출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예상을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트업체들이 현지에서 경쟁입찰을 도입하면서 소재 및 원자재 공급처를 다원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 동반진출한 부품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세트업체들이야 현지생산에 따른 부품 구매처를 전세계로 개방하는 글로벌 소싱이라고 말하지만 (세트업체를) 믿고 나갔던 부품업체들이야 토사구팽당하는 심정』이라며 『주문물량이 줄어들면서 부품업체들은 그때서야 부랴부랴 납품처 다각화를 모색해보지만 때는 이미 늦다』고 한 저항기업체의 L사장은 말한다.

또 『현재의 동반진출은 해외로 나갈 때만 손을 잡는 일종의 「동행진출」이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부품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은 버리고 진출초기부터 해외 세트업체와 거래를 트는 등 적극적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동반진출한 부품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당초 예상한 것과는 달리 인건비와 각종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품업체들은 세트업체의 복합단지 내에 위치하게 되는데 부품업체의 종업원들은 세트업체에 종사하는 임금과 복지수준을 비교해보고 이와 동등한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무지막지하게 임금을 올려대는 세트업체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수준을 맞추다보면 부품업체들은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임금이 싸다는 메리트가 거의 없어진다』고 대우전자와 중국에 동반진출한 트랜스포머업체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이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 세트업체들과 해외 동반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부품업체들은 기존의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트업체의 해외공장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거나 세트업체들이 부품공급처를 다각화하고 있어 타격을 입고 있는 부품업체들이 부지기수』라며 『일본업체를 비롯한 해외 세트업체를 공략하는 자체 마케팅능력 확보가 급선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세트업체와 같이 하는 「동반진출」보다는 소재업체 및 원자재 가공업체와 같이 「협력진출」을 모색, 부품업체들이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트업체와 같이 진출할 경우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넓은 해외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원자재 공급업체와 같이 진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세트업체만 믿고 해외에 나갔다가 따돌림을 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외화만 낭비하는 「국제미아」가 되는 일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타당성 조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권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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