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외환시장 환경의 급변과 국내은행의 구조조정 등 무역금융 환경의 혼란으로 수출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국내 자금사정 악화는 해외현지 법인에까지 영향을 미쳐 제품의 적기 생산 및 판매에 적지 않은 차질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전자산업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기대되고 있는 수출확대의 혜택은 커녕 최근의 무역금융 환경의 혼란으로 오히려 전자제품 수출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해외에 막대한 조직망을 가동시키고 있는 일부 전자업체들이 해외 현지법인의 생산 및 판매할동의 어려움으로 국내외에서 2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은 자칫 전자업체들의 경영악화로 비화되면서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수출확대에 큰 차질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지법인이 제품의 적기생산 및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은 결국 본사차원에서 원자재 확보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같이 대부분의 해외 현지생산법인들은 국내에서 운송한 부품 및 완제품을 조립하는 형태로 운영되하고 있는데 본사차원에서의 원자재 확보가 차질을 빚기 때문에 이로 인해 현지에서 수주를 해놓고도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 아닌 현지 바이어들과의 직거래에 있어서도 국내 금융기관들의 수출네고 기피현상으로 제품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인상으로 모처럼만에 맞는 수출호기를 그대로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은행들이 로컬LC의 발행을 전면 중단하고 있는 것도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주문을 받아 놓고서도 자금회전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3사를 비롯한 대형 전자업체들은 최근의 이같은 긴박한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협력업체관계자들을 긴급 소집,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에서는 협력업체들의 자금난 타개를 지원키 위해 수출용 제품을 내수용으로 돌려 원화로 결제해 주는 등의 편법까지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 경우 관세환급을 받지 못하면서 부가세까지 내야하는 등 2중, 3중의 고충이 있지만 협력업체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현재의 금융위기가 전자산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 산업과 달리 수출지향적인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전자산업계가 받는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IMF 합의에 따라 곧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국내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의 충족을 위해 일람불LC의 네고마저 전면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인해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전자업계로서는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금융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인지가 수출 제일선을 맡고 있는 국내 전자업계의 최대 현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특단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전자업계 스스로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역금융 위기를 해처 나가기 위해 그동안 신뢰를 쌓아온 거래선들과의 현금거래를 유도하고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적극적인 자구방안을 강구하는 등 위기극복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전자업계의 수출체질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일부 해외바이어들이 전자제품 수출상담 과정에서 겪는 불평을 토로할 때 「수출물량 확대를 위한 밀어내기식 공급」이니 「배짱장사」 라는 등의 표현을 자주 지만 이제는 이러한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해이바이어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들을 줄 알아야 하고 우리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납득시켜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이제까지 전자산업이 수출 한국의 기수로서 한 몫을 톡톡히 수행했듯이 IMF시대에서 전자업계가 수출드라이브를 주도하는 리딩산업으로 부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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