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품 · 소재사업 강화
「앞으로는 세트보다 부품이나 소재가 더 유망하다.」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무게중심이 세트에서 점차 부품, 소재 등 기반기술쪽으로 옮겨지면서 올해 부품업계에는 대기업들의 관련 부품사업 강화나 신규 진출 움직임이 그 어느해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이동통신시장 확대로 전자산업의 「장미빛」 전망들이 쏟아지면서 정보통신산업의 교두보 확보와 사업구조 고도화라는 명분 아래 非전자그룹들의 부품 및 소재 사업 참여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이에따라 대기업들의 부품사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기업형 품목 위주에서 일반 범용부품 및 소재 전반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이같은 흐름을 가장 잘 대변할 만한 곳은 삼성, LG, 대우, 현대 등 4대 그룹. 이들은 계열 전자 및 부품 전문사를 앞세워 부품 및 소재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우선 삼성그룹의 경우 R&D의 축인 삼성종합기술원과 부품관련 계열사를 총동원, 다층PCB(MLB), 2차전지(LIB), 통신(RF)부품, 칩부품, 광부품, MR헤드, 자동차부품 등 거의 유망하다는 전 품목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LG그룹은 기존 반도체(LG반도체), 디스플레이, 자기테이프(이상 LG전자) 외에 올초 합작선인 일본 알프스와의 결별로 새롭게 태어난 LG전자부품을 축으로 일부 부품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LG전자와 LG산전에다 비전자부문 계열사인 LG금속, LG화학까지 끌어들여 MLB, 통신부품, 차세대 2차전지, MLB소재, 전해동박, 커넥터, 정밀모터 등 유망 부품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대우 역시 주력 부품 계열사인 대우전자부품을 근간으로 SAW필터 등 통신부품과 2차전지 등 차세대 유망부품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으며, 현대는 반도체 중심인 현대전자와 위성그룹인 성우그룹 계열사를 통해 리드프레임, MLB, 2차전지사업 쪽으로 부품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4대 그룹 외에도 대기업들의 부품사업에 대한 관심은 올해 내내 큰 관심을 끌었다. 우선 무엇보다 동부그룹이 메모리반도체사업 진출을 공식 천명했으며 거평그룹은 거평시그네틱스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인 BGA사업에 발을 들여 놓았다. 또 현재는 무기한 보류됐지만 일진그룹도 한때 반도체사업을 적극 추진한 바 있다.
중견그룹들의 참여도 크게 늘어 영풍그룹이 PCB(연성PCB)에 이어 2차전지(알칼라인)사업에 참여했으며 NK그룹, 신호그룹, 한솔그룹, 성신양회그룹 등도 기존 중소부품업체에 대한 M&A를 통해 부품사업에 참여한 케이스. 이밖에 한일시멘트그룹, 선경그룹, 효성그룹 등 상당수 그룹들이 2차전지 및 관련 소재사업을 추진중이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부품사업 진출은 중소업체 위주로 이뤄진 현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활성화와 핵심 부품의 국산 대체, 국산 전자 및 통신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여러 긍정적인 요소를 깔고 있는 게 사실. 특히 개방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선진국의 공룡기업들과 맞서기 위해선 부품업체들의 대형화가 불가피한 데다 일반부품도 빠르게 기술집약적 및 장치산업화하고 있어 대기업들의 참여가 자연스런 현상이란 시각도 많다.
그러나 이는 결국 중소업체들의 입지 약화를 부채질, 국내 부품산업의 저변을 크게 악화시킴으로써 부품 전반의 수급불균형을 초래하고 중복투자, 과당경쟁, 공급과잉, 무분별한 인력 스카우트 등 적지않은 후유증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소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IMF체제아래에서 신규 투자 위축이 불가피, 내년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며 『이제 중소업체들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 나름대로 국제경쟁력을 높여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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