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가족들과 그동안 고마웠던 이웃들에게 어떤 것을 선물하는 게 좋을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차관 여파에 따른 경기불황으로 호주머니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요즘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랫동안 내려온 선물문화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없다.
사실 전자업체와 유통업체에 있어서는 20일경의 각급 학교 겨울방학에 이어 25일 크리스마스, 연말과 연시로 이어지는 이 시기가 봄과 가을의 결혼시즌 못지않게 상당히 중요한 성수기임에는 틀림없다. 12월과 1월초로 이어지는 한달보름 남짓한 이 기간 동안 전자업체의 매출실적은 전체의 1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연말연시 선물특수가 매출신장에 큰몫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기간 동안 가전, 컴퓨터 및 통신기기의 선물용 전자제품 시장규모가 어림잡아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에는 갑작스러운 IMF한파를 겪으면서 선물에서도 거품이 빠져 가격대가 저렴한 실속있는 선물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들어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대부분의 전자업체 및 유통업체들의 전자제품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춰보면 분명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수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따라 전자업체들과 유통업체들이 연말연시 선물특수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특히 이들 업체는 불황에 따른 연말연시 특수가 위축될 것으로 판단, 나름대로 판촉행사를 실시하면서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말연시 선물특수를 겨냥, 가장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은 뭐니뭐니해도 컴퓨터업체들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의 일환으로 이달말까지 「슛 골인 할인대 축제」행사를 마련해 이 기간 동안 데스크톱PC인 「매직스테이션」과 노트북PC인 「센스」를 최고 23%까지 할인판매하는 동시에 PC를 사는 고객에 대해 제품별로 9회, 6회, 4회의 무이자 할부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에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인 20일과 21일 서울 용산 전자랜드와 수원 장안공원에서 고객사은행사의 하나로 국가대표축구팀 차범근 감독의 팬사인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16일부터 31일까지 5만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컴퓨터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삼보컴퓨터의 경우도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15일 동안 「체인지업 돌풍세일」행사를 마련, 학생들의 방학선물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펜티엄프로 1백80㎒의 「사이버넥스 프로」제품을 사는 고객에 대해 38.4%까지 가격을 할인해주고 「드림시스 61 체인지업 PC」는 10% 가량 저렴하게 팔고 있다.
또 「드림시스 체인지업 61」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박찬호 시스템다이어리를 증정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98년 박찬호 브로마이드 캘린더」를 선물하고 있다.
대우통신은 이달까지 「97 마지막 세일」행사를 실시하면서 데스크톱PC인 코러스 전품목을 최고 32.6%까지 할인판매하고 있으며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인터넷 6개월 무료사용권을 증정하는 등 겨울방학 학생들의 선물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전자유통업체들도 학생들을 겨냥한 판촉행사로 분주하다. 서울전자유통이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 양판점인 「컴퓨터 21」은 최근 제품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의 할인행사에 맞춰 이미 이달초부터 「팡팡대축제」행사를 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각종 컴퓨터 관련제품을 사는 사람에게 제품별로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23%까지 할인판매하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 역시 지난 10일부터 전국 90여개 유통매장을 통해 컴퓨터, 모니터 등 각종 유통품목을 최고 50%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송년맞이 펑펑 대바겐세일」행사를 실시중이다.
가전업체들은 올해 어려운 경기불황을 고려, 직접적인 연말연시 판촉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자사 대리점으로 하여금 지역특성에 맞는 행사를 마련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리점들은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전략 선물상품으로 휴대형 카세트, 카메라 등을, 부모들을 위한 상품으로 안마기, 면도기 등 소형가전제품을 선정해 연말연시 행사와 함께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특히 25일 크리스마스 선물 구매고객을 겨냥해 매장입구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등 매장 전체를 송년 축제분위기가 나게끔 꾸몄다.
일부 대리점은 컴퓨터를 진열, 방문고객들이 직접 예쁜 크리스마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해놓는가 하면 또 다른 대리점들은 「미리 보는 신년운수 코너」를 마련, 선물구매자들의 매장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일부 대리점들은 내마음 배달제도를 활용, 고향에 계시는 부모에게 선물보내기 행사를 실시하면서 연말연시 판촉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전자상가와 백화점도 고객들의 매장유인에 분주하다. 용산전자상가의 매장들은 각기 크리스마스 트리 준비는 물론 근하신년 포스터를 매장입구에 설치하고 젊은층과 학생들의 매장유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가업체들은 불황에 따른 저가 알뜰선물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학생용으로 컴퓨터를 비롯, 관련제품 이외에 인버터스탠드, 휴대형 카세트, 카메라, 전자수첩 등 10만원대 제품을 집중 배치하고 효도용 제품으로 안마기와 5만∼8만원대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들도 경기하강에 따라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구매로 돌아서고 있지만 이에 맞춰 중저가상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한다면 연말연시의 매출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효도상품 및 학생선물용 제품을 대량으로 준비,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치는 등 연말연시 특수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비씨카드 등 신용카드 통신판매업체들도 건강 가전제품인 안마기, 혈압계 등을 크리스마스 및 연말연시 효도상품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한솔CS 등 사이버 쇼핑업체들도 연말연시를 앞두고 PC, 휴대형 카세트, CD카세트, 전자수첩 등 각각 1백여종의 제품을 선물용으로 준비했다.
선물은 원래 주는 사람의 정성이 담겨야 한다. 그러나 선물을 주는 입장에서는 상품이 워낙 많다 보니 때로는 어떤 게 적합한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가족 친지들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상품의 종류와 내용, 가격 등이 신경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연말연시 선물로 학생에게는 만연필, 부모에게는 내복 등 의류가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들어 소비행태가 달라지면서 소비제품도 달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학생에게는 컴퓨터, 전자수첩, 무선호출기 등에서 최근에는 휴대폰까지 고가의 첨단제품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부모에 대한 선물도 혈압계 등으로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IMF파동으로 중저가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지만 사람에 따라 개성있고 실용적인 제품으로 다양화할 전망이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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