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7 전자산업 총결산 (4)

부문별 기술동향과 매출현황-정보통신(하);SI.온라인서비스

97년 시스템통합(SI) 및 온라인서비스 시장은 분야별로 약간의 편차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는 올해 본격화한 국내 전자산업 경기위축세의 영향권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우선 그간 연평균 30∼40%의 고성장을 구가해온 SI시장은 선발업체들의 성장율이 20%대로 뚝 떨어졌고 유통정보시스템과 전자문서교환(EDI)및 IC카드업체들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부진한 매출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인터넷 및 PC통신업계만이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젊은층의 수요확대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맘 편한」 한 해를 보냈다.

올 SI시장은 지난해부터 가시화한 경기위축이 하반기 들어 본격화하면서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특히 SI산업은 일반산업과는 달리 경기 영향을 1년 늦게 받는 속성 때문에 업계가 한꺼번에 느껴야 하는 낙폭은 한층 컸다. 또 이에 따른 후유증도 대단해 그간 호황에 편승해 대폭 충원한 인력운용의 차질이 불가피했고 이는 제살을 깎아먹는 덤핑수주의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올해는 특히 하반기 들어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수요마저도 얼어붙는 시장환경 변화로 데이터웨어하우징, 컨설팅, ERP, BPR, ISP 등 신규 시장이 급부상해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졌고 대다수 SI업체에는 MIS, 인트라넷, 그룹웨어, GIS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갖춰야 시장대응이 가능하다는 숙제를 남긴 한 해였다. 또 하반기 소프트웨어 대가기준 고시로 컨설팅 등 무형의 가치기준을 평가하는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도 올 SI시장에서 눈여겨 볼 성과 중의 하나다.

컨설팅기술 다양화, 판매시점정보관리(POS)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유통정보시스템 시장은 사회 전반의 경기침체와 대기업의 부도여파에 따라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방 백화점업계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부도회오리는 10여개 백화점을 쓰러뜨리며, 곧바로 이들 업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의 매출액이 당초 지난해보다 30∼4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 수준에 머무는 데 그쳤다.

POS시스템 시장에서 올 들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난해 한국IBM이 「슈어원」이라는 저가 상품을 내놓으면서 촉발된 저가 POS시장의 급부상을 들 수 있다. IBM 이후 한국후지쯔, 한국NCR 등이 중견 유통업체와 전문점을 대상으로 저가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출시했고, 유통정보시스템 분야의 후발주자로 참여한 제일씨엔씨도 IPC사의 저가 POS시스템을 도입해 이 시장에 가세해 저가 시장의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EDI서비스분야 업체들도 올 들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역자동화사업자로서 국내 대표적인 EDI서비스 업체인 한국무역정보통신의 경우 그동안 무역특계자금에 의존해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올해 들어서면서 자금지원이 중단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물류정보화 분야에서 EDI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물류정보통신도 해운 등 특정분야에 국한된 EDI서비스 기반으로 인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양사업자가 제공하는 EDI서비스에 대해 최대의 수혜자인 해양수산부와 관세청 등 정부부처가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서비스 이용요금을 내지 않는 것이 주요인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한 EDI서비스의 시도는 올 EDI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개가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로 총칭되는 CALS/EC시장은 올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 CALS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개념논의 차원에서 무수한 논란만 있어왔지 구체적인 구현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다만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한 CALS의 구체화 노력이 업체간 공유할 수 있는 부품조달을 CALS로 구현해보자는 취지에서 추진중인 「일렉트로피아」사업은 저변확대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자주민증사업과 금융공동 선불IC카드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컸던 IC카드 분야도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업계를 어렵게 했다. 전자주민증사업은 올 초 시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개인정보 누출 및 사생활 침해 우려문제가 일부 종교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사업추진 자체가 한 때 불투명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자주민증에 등록될 정보를 대폭 줄여 내년부터 발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져 어쨌든 사업추진은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본사업이 98년 말경으로 미뤄짐에 따라 업계는 이 분야에서의 매출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등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또 금융공동 선불IC카드 사업도 금융권의 추진력에 힘이 붙지 않으면서 시범사업 착수가 지연되면서 IC카드시스템 시장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되어 주질 못했다. 시범사업을 위해 금융권이 공동으로 재경원에 사업인가 추진하고 있으나 재경원이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되지 않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사업인가는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어 사업인가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정보보호분야는 올해 어떤 분야보다 분주한 한 해였다. 정보보호분야 사업을 표방하는 업체가 60여개사로 늘어난데다 이들 업체가 정보보호산업 발전에 공동 보조를 취하기 위해 「정보보호산업협의회」를 구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에서도 업계의 이같은 활동에 부응하고, 이 분야 산업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오는 2000년까지 수천억원의 산업활성화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육성정책을 내놓는 등 모처럼 정부와 업계가 손발이 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올해 PC통신 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경제한파의 소용돌이를 용케 피했을 뿐 아니라 이에 더해 흑자를 기록하는 진풍경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데이콤, 한국PC통신, 삼성SDS, 나우콤 등 국내 PC통신 4사는 올해 총 2천3백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업체별로 보면 데이콤(천리안)이 8백억원에 육박했으며 한국PC통신(하이텔)이 5백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SDS(유니텔)이 5백50억을 기록했으며 나우콤(나우누리)이 3백8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들이 올린 흑자 규모는 경제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타 정보통신업체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액수다. 천리안이 20억원, 하이텔이 30억원, 나우누리 5억원 순이며 유니텔 역시 약간의 흑자를 거뒀다.

올해 PC통신 인구는 이들 4개 서비스 가입자만으로 볼 때 무료가입자를 포함해 약 5백만∼6백만명으로 알려졌다. 유료가입자는 3백10여만명선. 90년대 들어 매년 1백%의 성장세가 올해도 지속됐다. 올해말 가입자 확보 예상치는 천리안 1백5만명, 하이텔 95만명, 나우누리 65만명, 유니텔 63만명선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는 지난해까지의 가입자 수보다 약 50%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성장의 요인은 PC통신 주사용자층이 경제위기를 피부로 직접 느끼지 않은 청년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PC통신을 유행으로 인식, 대거 가입에 나섰으며 신세대에 포함되는 20대 초반 역시 PC통신을 정보통신시대를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사항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 PC통신업계의 특징은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점. SK텔레콤이 넷츠고를 지난 10월말 출범시켰으며 LG인터넷이 조직을 정비, 인터넷방식의 PC통신서비스 제공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기존 4사도 푸시기술과 마이크로소프트의 MCIS기술을 도입, 문자 중심의 PC통신을 멀티미디어 기반의 PC통신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올해 멀티미디어 PC통신을 주도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전용 에뮬레이터 서비스가 본격화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PC통신 4사는 사용이 편리하고 화려한 전용 에뮬레이터의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전격적으로 착수했다. 인터넷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45Mbps급 대용량 회선이 한국통신, 데이콤, 아이네트에 도입된 올해 전체 가입자는 최소 2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통신이 3만1천5백여명의 개인가입자와 1천5백개의 기관가입자를 유치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까지 1만7천여명의 개인가입자에 비해 1백% 성장한 것이다. 아이네트의 경우 기관 1천1백50개, 개인 3만5천명을 확보했으며 현대정보기술은 개인 2만여명, 기관 4백50개를 기록, 작년에 비해 3배에서 5배 성장을 보였다. 한솔텔레콤의 경우 기관 4백여개, 개인 3만명에 육박했다.

이같은 현상은 인터넷이 기업 전산환경의 중심으로 떠오름에 따른 현상이다. 인터넷분야의 올해 특징은 인터넷을 응용한 전화, 팩스시스템이 선을 보임과 동시에 사용자들의 관심을 대폭 끌었다는 점이다. 또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연구, 개발되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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