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유언비어

김태정 검찰총장은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지시」에서 검찰력을 총동원해 대기업부도설 등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경제저해사범을 전원 색출, 구속수사하고 법정최고형으로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 파동이후 증권 금융계를 중심으로 판을 치고 있는 악성 유언비어를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이다.

일반적으로 아무 근거 없이 널리 떠도는 말을 「유언비어(流言蜚語)」라 한다. 여기서 비(蜚)자는 「바퀴 비」자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떡풍뎅이를 뜻한다. 또 이 「비」자는 「날 비」자와 같은 뜻으로 날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비어란 널리 퍼져 떠돌아 다니면서 악취를 풍기는 말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유언비어의 고전적인 예로 기원전 64년의 로마 대화재사건을 빼놓지 않는다. 당시 폭군 네로는 로마에 불을 지르고 타오르는 화염에 도취해 시를 읊고 음악을 작곡했다. 이 소문이 퍼지자 네로는 기독교도들이 로마에 불을 지렀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이로써 수많은 기독교도들이 희생을 당했다. 또 소크라테스도 청소년들을 선동했다는 유언비어 때문에 죽었으며 1923년 일본의 관동(關東)대지진과 관련돼 조선인들이 죽음을 당한 것도 유언비어 때문이었다.

유언비어는 특히 사회가 투명성을 잃고 있거나 경제환경이 어려울 때 많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요청 이후 요즘 시중에는 기업부도와 관련된 악성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그동안 자금부문에서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모그룹이 그동안 과다한 사업확대로 가장 먼저 도산할 것이라느니, 어느 그룹은 해외 자금확보가 어려워 다른 그룹에 경영권 인수를 제안하고 있다느니 하는 그룹과 관련한 악성루머들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회생불능 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반은행들의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는 몇몇 은행이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떠도는 등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유언비어는 국민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의 신용을 훼손해 멀쩡한 회사를 부도나도록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보다 못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하지만 유언비어라는 게 진원지가 불명하고 내용의 변형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전달채널이 구전 등의 비공식채널에 의존하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 이번 검찰의 단속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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