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하하! 이 대리님 정말정말 재미있어요!』
『호호호… 딱 하나만 더 해주세요!』
여직원들 틈에 둘러싸여 있는 이 대리. 그는 어깨까지 으쓱거려가며 폼을 잡고 있었다.
『이봐! 자네 어찌된 거야. 밤샘 공부라도 한 거야?』
『어? 아하! 별거 아냐!』
『별거 아니라니… 신문에 나오는 것들보다도 최신 버전이라며 여직원들이 난리가 났더구만….』
『하하…, 그래?』
『그런 좋은 거 있으면 나도 좀 가르쳐줘. 나도 여직원들에게 인기 좀 얻어보자구!』
심각하게 부탁하는 박 대리.
이 대리는 천기라도 누설하는 사람처럼 주위를 살펴가며 조심스럽고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기 말이야…, 이건 혼자만 알아둬. PC통신에 보면 유머를 모아놓는 방이 따로 있어! 최신 버전의 유머가 엄청 많아!』
그리고 다음날,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성급한 박 대리는 때마침 여직원들이 커피 타임을 갖는 것을 보고는 쪼르르 달려가는데….
『하하, 여기서 커피들 마시는군! 어때요?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해줄까요? 머리도 식힐 겸 말야!』
의기양양해진 박 대리는 어젯밤 PC통신에서 보았던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시작했다.
『엄청나게 뚱뚱한 여자와 깡마른 경상도 남자가 결혼을 했대. 신혼 여행 첫날밤, 샤워를 마치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신부를 경상도 신랑이 두 팔로 꼬옥 안으려했는데 팔이 돌아가지 않더라는 거야. 이때 그 신랑이 뭐라고 했게?』
제법 재미있게 이야기하려고 노력중인 박 대리는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여직원들은 커피만 홀짝일 뿐 누구하나 신중하게 들어주지 않고 있었다.
『저어, 박 대리님.』
『응? 왜?』
『그거 말이에요. 「이기 다 내끼가!」라고 말하는 거 맞죠?』
이런 분위기를 펭귄이 날아다닌다고 하던가. 그러나 한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박 대리 사전에 영원한 실패란 없다. 불굴의 의지로 또 다시 PC통신에 접속한 박 대리는 새로 올라온 유머에 그만 뒤집어지고 말았다. 너무 충격적이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점심시간. 박 대리는 아까의 여직원들과 이 대리가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식사해도 괜찮겠어요?』
『어! 박 대리 그래 앉아. 함께 먹지 뭐!』
아침의 썰렁했던 유머를 기억하고 있던 여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꼈지만 그런 것에 기죽을 박 대리가 아니었다. 왜? 히든카드가 있었으니까.
『저어, 혹시 「엉덩이 산의 비밀」이라는 이야기 알아?』
한순간 모두의 시선이 박 대리를 향했다. 그 시선은 분명 호기심과 궁금증이 가득한 그런 것이었다. 용기를 얻은 박 대리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엉덩이 산에 용이 한 마리 살았는데 그 용 이름이 뭔지 알아?』
여직원들은 기대감에 눈만 반짝일 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에 더욱 의기양양해진 박 대리는 『아하하! 「×구뇽」이래!』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리는 입속의 밥알까지 튕겨가며 배꼽을 쥐고 있었다.
『그리고, 엉덩이 산에 있는 하천 이름은 「×꾸릉내」! 하하하, 게다가 엉덩이 산에 살고 있는 뱀은 「설사」라지 뭐야!! 아하하…….』
이 대리와 박 대리가 뒤틀리는 배를 움켜쥐며 간신히 웃음을 참았을 때 여직원들은 모두 도망가고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상황에 걸맞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박 대리.
『으씨, 너 때문이야.』
『아냐. 너 때문이야. 네가 밥 먹는데 똥 이야기했잖아!』
『아냐. 네가 PC통신에서 찾으면 된다고 했잖아!』
이번 사태를 통하여 박 대리는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재치와 센스는 하루 아침에 커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황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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