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선다변화 조기폐지 대응책 시급

일본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수입선다변화제도가 당초 일정보다 크게 앞당겨져 조기에 폐지될 전망이어서 정부는 물론 업계의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 국제통화기금(IMF)과 체결한 양해각서 중에는 거시경제정책이나 통화정책, 재정정책, 금융정책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국민적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특히 무역관련보조금제도, 수입제한승인제도, 수입선다변화제도 등의 조기폐지는 전자산업계에도 당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으로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조기폐지는 매우 심각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78년 도입된 이 제도는 지난 81년까지만 해도 9백24개 품목으로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그후 국내산업의 기술개발과 일본의 요구 등으로 축소조정, 현재는 1백31개 품목만 남아 있다. 그나마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오는 2000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완전 폐지할 방침으로 있다.

하지만 이번 IMF 양해각서에 따라 수입선다변화제도 등이 당초 일정보다 2년 정도 앞당겨 폐지될 경우 대비책을 미처 세워놓지 못한 업계로서는 타격이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우리에게 가장 피부로 크게 와닿는 부분이 25인치 이상 대형 컬러TV, 캠코더, 전기보온밥솥 등 전기, 전자분야의 24개 품목이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에 따른 업계의 파급 영향은 그동안 본란에서도 여러 번 지적하였지만 매우 심각하다. 지금까지 수입선다변화품목 해제 발표만으로도 국내유통 및 생산부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점을 감안해 보면 나머지 대상품목을 일시에 전면 폐지할 경우 그 파급영향의 심각성을 불을 보듯 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것은 관련업계가 나름대로 개방에 대비해 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내수시장에서 일본제품과의 경쟁을 통해 기술력과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여 오히려 해외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리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금년 초부터 몰아닥친 소니TV의 파문을 지켜보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일본 소니사는 수입선다변화 조치로 일본산 25인치 이상의 대형 컬러TV의 수입이 규제됨에 따라 지난 96년 초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관련 제품을 우리 시장에 우회적인 방법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특수계층만을 상대로 영업을 전개하여 2%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데 불과했으나 지난 상반기에는 12% 정도까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수입액 역시 금년 6월까지 총 1천8백만 달러에 달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는 어떠한 보호막도 없이 자유롭게 일본산 대형TV가 우리 곁에 다가올 수 있게 됐다. 수입선다변화라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풀린 상황에서 얼마만큼 수입이 늘어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캠코더와 전기보온밥솥 역시 우려를 주는 품목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외국에서 가장 사오고 싶어하는 제품으로 캠코더를 꼽았으며 특히 일본산 캠코더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를 물더라도 사오겠다는 반응도 12% 정도에 달한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관세를 물지 않고 우리제품과 비슷한 가격에서 일본산 켐코더를 살 수 있다면 12%의 응답자는 물론 상당한 구매력을 갖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우리의 캠코더 국산화율은 60%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허료로 부담하는 비중이 전체 생산원가의 8%선으로 특허료를 물지 않는 일본제품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어떻게 우위를 확보할 것인가를 당장 고민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일본 가전업계가 유통업계와 공동진출하는 방향으로 국내시장 공략의 가닥을 잡는다면 파급은 더욱 커 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 이상 정부의 보호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홀로서기의 아픔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전기, 전자산업계는 기술개발과 품질개선 등 경쟁력 강화에 한 차원 높은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며 정부도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 품목들의 조기시장개방이 몰고올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용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여 한다.

또한 국민들도 국가적 경제난국 시대를 맞아 절제와 거품제거로 이를 돌파한다는 차원에서 국산제품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조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