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대상 97년 결산] 신토불이게임 「축제 한마당」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체육부와 전자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이제 국산 게임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경연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첫 출발시 우려와는 달리 국산게임 제작이 활발해지면서 질적인 향상과 함께 출품장르가 다양화되고 있다.

게임부문에 접수된 총 52편의 작품을 장르별로 살펴보면 롤플레잉(RPG)이 9편으로 뚜렷한 강세를 보여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전세계적인 게임산업의 흐름과 비교해 다소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RPG란 가상세계를 무대로 주인공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 제작사에서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퍼즐을 풀어나가는 게임을 말한다. 나름대로 무기, 도구, 마법의 세계가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통해 그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고 정보를 얻어야 하는 장르다.

RPG 전성시대는 외국의 경우 인터플레이사의 「바즈 테일시리즈」와 뉴월드 컴퓨팅사의 「마이트 앤 매직시리즈」가 인기를 끌던 80년대 중반이었으나 국내에서는 지난 92년 손노리팀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 이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 엑스터시사의 「신검의 전설」을 비롯해 만화가 김진이 일러스트를 맡아 화제가 됐던 소프트맥스사의 「창세기전」, 미리내의 「망국전기」와 「고룡전기」, 퍼시벌 G&M사의 「프로토코스」 등이 모두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았던 국산 RPG게임 히트작들.

액션, 어드벤처 등 가미 주도권 현재 RPG는 액션, 시뮬레이션, 어드벤처 요소가 가미되어 복합적인 스타일로 발전되고 있으며 배경 또한 천편일률적으로 환상적인 색채를 띤 가상세계에서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 출품된 RPG게임들은 비교적 게임의 기본기가 갖춰진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선정된 이달의 우수게임 9편 중 「아트리샤 대륙전기」(2월) 「코룸」(4월) 「카르마」(9월) 「제3지구의 카인」(10월) 등 4편이 RPG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게임대상을 통해 본 RPG는 명실상부하게 국내 게임계를 리드하는 장르라고 말할 수 있다.

RPG에 이어 학습과 놀이를 겸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게임 타이틀이 7편을 차지해 어린이 시장을 겨냥한 게임업체들의 판매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빅키와 비비」(8월) 등 게임산업에 신규참여한 출판업체들이 학습물 제작의 노하우에 게임기법을 접목시켜 좋은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나 도널드 덕처럼 영화, 비디오, 게임, 캐릭터 등 영상산업 전분야에 걸쳐 「원 소스 멀티 유즈」 방식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인기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시장개척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다. 앞으로 에듀테인먼트 분야는 꾸준히 타이틀이 제작될 것으로 보여 「아기공룡 둘리」와 같이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캐릭터 개발만 따라준다면 흥행성이 충분한 아이템으로 전망된다.

전략 시뮬레이션은 모두 6편이 출품되었으나 우수게임으로 선정된 작품이 한편도 없다는 점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세계 게임시장은 웨스트우드사의 「듄2」 이후 「워 크래프트2」 「커맨드 앤 컨커」 「C&C 레드 얼럿」을 거치면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정교해진 컴퓨터의 인공지능, 영화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현란한 그래픽과 실감나는 사운드, 실제 전투와 흡사한 전략전술 등으로 무장한 「다크레인」 「컨퀘스트 어스」 「토털 어나이얼레이션」 등 제3세대 전략 시뮬레이션이 출시되어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비해 국산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은 양적인 성장은 눈에 띄지만 별 다른 히트작이 없어 풍요 속의 빈곤기라고 볼 수 있는 가운데 「판타랏사」(소프트맥스) 등 최근 출시되는 전략게임의 흥행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올해 「스톤엑스」(LG소프트) 「임진록」(삼성전자) 등을 내놓았던 대기업들이 앞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히트작이 나올 경우 마니아층이 확대될 전망이다.

역시 6편이 출품된 아케이드게임은 국내 게임시장 외형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이달의 우수게임 선정작 「마이프렌드 쿠」(5월)를 비롯해 비교적 무난한 수준의 작품을 내놓고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 풍요속 빈곤` 어드벤처 게임은 3편이 출품되어 양적으로는 RPG나 전략에 미치지 못했으나 대상수상작 「왕도의 비밀」(7월 한겨레정보통신)을 배출했다. 사실상 어드벤처는 「킹스 퀘스트」 「스페이스 퀘스트」 「래리 시리즈」 등 시에라의 고전 명작과 어드벤처 사상 최고 히트작 「미스트」 이후 세계시장에서 공백기를 맞고 있는 장르다. 그러나 동영상과 화려한 그래픽에 의존해왔던 어드벤처 게임에 최근들어 RPG 요소가 삽입되면서 점차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그밖에 애니메이션, 액션, 보드, 슈팅, 격투, 육성대전, 가상결혼, 연애 시뮬레이션, 스포츠, 복합장르가 각각 1,2편씩 출품되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장르의 다양화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만은 평가할 만하다.

한편 이번 게임대상 후보작 중에는 대기업 제품이 삼성전자(3개 타이틀) 계몽사(3) 쌍용정보통신(1) LG소프트(1) 등 8편에 불과해 국산게임 제작의 본류는 역시 중소업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이들 대기업 출품작 중 계몽사의 에듀테인먼트 「빅키와 비비」 1편을 제외하고는 우수작으로 선정된 타이틀이 없어 중소업체들에 비해 대기업들의 개발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올해 출품작 중 해외시장에 수출된 타이틀이 많은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8월 출품작 「일렉트로닉 퍼플」(바이트쇼크)이 아시아 및 유럽지역, 5월의 우수게임 「마이프랜드 쿠」(엔케이 에스티 엔터테인트먼트)가 일본, 미국, 독일, 6월 출품작 「스톤엔스」(LG미디어)와 9월 출품작 「카르마」(드레곤플라이)가 미국 등지에 수출되어 호평을 받고 있는 것. 대상작 「왕도의 비밀」과 7월의 우수게임 「아트리아대륙전기」(재미시스템)도 현재 활발하게 수출상담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들 출품작의 수출물량이 대부분 5천장을 넘지 못하고 국내판매 역시 평균 3천장에도 못미쳐 국산게임의 흥행성에 적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이중 1만장 이상 판매작은 「캠퍼스 러브 스토리」 「야화」 「창세기전2」를 비롯한 몇 편에 불과해 5만장 이상씩 판매고를 기록하는 외산게임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시장이 지난해 3백50억원에서 올해는 1백50% 이상 고속성장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10∼1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대기업의 경쟁적인 시장참여로 제작사가 유통사보다 더 많은 기형적 구조를 보임에 따라 국산게임의 타이틀당 평균판매량이 지난해와 엇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했기 때문. 결국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보다 유통사가 되레 적어 대기업의 무분별한 외국 메이저사 판권 획득경쟁과 유명게임 공급을 위한 옵션계약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에 풀리는 외산 C급 타이틀의 범람으로 국산게임이 설 땅을 잃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

국산게임이 외산과 맞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본을 가진 대기업과 노하우가 축적된 게임전문 중소업체간 연계를 통한 개발이 활성화되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덤핑과 불법복제로 얼룩진 게임유통시장이 정리되고 영세한 게임숍의 판매마진이 확보되는 한편 게임타이틀 전문매장과 게임을 취급하는 대형 복합매장이 늘어나는 등 제반여건이 성숙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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