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긴급진단 신음하는 소형가전 산업 (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최근의 경제상황은 국내 산업구조의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방만한 경영과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부채더미에 위태롭게 서있는 공룡기업들이 득세할 것이 아니라 독특한 전문성과 기술력으로 세계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로 가득찬 산업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덩치 큰 대기업보다는 가벼운 몸체로 발빠른 대응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어야 한다는 뼈아픈 자기성찰도 나오고 있다.

소형가전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가전업체들이 가전3사에 의존해 단순조립업체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전문 아이템과 자체 기술력, 그리고 자가 브랜드를 가진 살아있는 기업으로 성장해야만 미래가 있다. 또 내수시장에만 안주하고 않고 중국이나 독립국가연합(CIS), 동남아 등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나아가 일본이나 유럽, 미주 등 선진시장의 틈새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이 현실이 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중소기업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첫번째로는 중소기업이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실정에 맞는 산업구조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형가전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별 전문기술, 엄격한 품질관리를 기본으로 하는 산업특성 때문에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모든 분야에 투자, 생산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이 전문적인 영역과 기술을 갖고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사후관리할 수 있는 협력업체들을 찾아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동반자로서의 중소기업과 대기업, 유통업체들 간의 유기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전3사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중소업체들로부터 OEM방식으로 공급받던 소형가전제품들을 우선적으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중소업체들에 밝혀왔듯이 선택과 집중, 빅5제품 육성 등 소형가전 분야에서도 주력품목과 한계품목을 구분해 집중할 제품은 중소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기술 및 디자인 개발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진공청소기라든지 IH압력보온밥솥, 가습기 등 신규수요 창출이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사업추진이 오히려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수익성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벌여놓은 일부 품목은 단종하고 전기면도기, 전기다리미, 헤어드라이어 등 국내 산업보호차원에서 진행한 품목에 대해서는 철수를 하더라도 외산수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가장 바람직한 관계라면 중소기업이 전문성을 갖고 제품에 대한 기획과 기술개발을 하면 대기업은 이를 지원, 직접 생산라인을 가져야 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품목 및 영역을 확대해 매출을 높이는 것이다. 또 해외로 동반 진출, 중소기업은 수출경험을 쌓고 대기업은 소형가전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대형제품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중소기업의 판로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그동안 주력해왔던 재래시장이나 대리점체제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대형할인매장 등 신유통망이나 통신판매 등도 다각도로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도 자기 브랜드를 개발해야 하며 해외현지생산을 통해 원가절감형 제품을 생산, 유통망별 모델 및 브랜드 차별화를 실현해야 한다. 수출확대를 위해 동종업체들이 해외거래처를 공동으로 개척하고 중소기업청 및 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서 알선하는 수출기회를 적극 활용, 중소기업도 해외로 뻗어 나가야 한다.

세번째로는 소형전동기 기술 및 소음저감회로 기술, 사출기술 및 금형설계, 내구성 소재개발 기술, 발열소재 기술 등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핵심기술을 정부지원 아래 산, 학, 연 협동연구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체 간 공통애로기술과 부품개발 협의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소형가전 기술지원센터 설립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또 원가혁신을 위해 핵심부품산업을 육성하고 부품의 표준화 및 공용화도 필요하다.

지금 중소가전업체들도 끝없는 침체상황을 뚫어나가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낡은 구조를 개혁하고 체질을 개선해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생존차원의 결단으로 원가혁신과 생산구조혁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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