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영상사업이 올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몰아닥친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급감과 함께 환율상승에 의한 환차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의 영상사업을 사실상 떠받쳐온 프로테이프사업은 지난 95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올해까지 3년동안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음반 및 케이블TV사업도 적자폭이 심화돼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며 앞다퉈 참여한 영상사업이 최근들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자본력을 앞세운 방만한 경영과 영역확대를 위한 업체간 출혈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행태는 경기불황의 상황에서는 구조적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기 십상이다. 삼성그룹, 대우그룹, SK그룹, 현대그룹, 새한그룹 등 영상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굴지의 그룹들은 지난해부터 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 관련 계열사의 문어발식 사업참여를 제도적으로 막아왔다. 이른바 자금의 집중화를 위한 시도였다. 수직계열화 움직임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상당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소싱에서부터 유통까지의 사업형태는 그대로 유지, 고수함으로써 수직계열화에 따른 성과를 상쇄해 버리고 말았다. 영상산업 진출 대기업들이 이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 배경에는 국내에 영상산업을 위한 제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금력을 동원하면 못할 게 없다는 「무소불위」식의 대기업적 발상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게 영상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일례로 프로테이프사업을 위해 비롯된 영화제작 및 배급사업은 프로테이프사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한때 큰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프로테이프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영화산업마저 휘청거리면서 상황은 크게 반전됐다. 프로테이프 판매를 위한 물류비 상승과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구매 환차손으로 경영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출혈경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외화 판권획득을 위한 경쟁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이같은 판권경쟁은 조금 숨을 죽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흥행이 사실상 보장된 「대작」 확보를 위한 경쟁은 그칠줄 모르고 있다.
업계는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올 경상손실은 적어도 1천억원대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영상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이같은 분석에 대해 크게 부정하지 않고 있다. 영상산업 참여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상손실을 당초 2백∼3백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외화 구매에 따른 환차손으로 50억원 이상은 더 추가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이를 보전해 줄 사업이 없다는 게 큰 문제점』이라고 말해 대기업들의 영상사업이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한계에 달한 사업의 경우 축소 또는 아예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영상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소싱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벌이고 있는 현행 사업구조를 과감히 개선하지 않는 한 흑자전환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특히 적자폭이 확대되는 일부 사업에 대한 슬림화 작업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대기업의 영상사업은 말 그대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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